30조원대 규모 중고거래 시장, 사기도 기승
국내 중고거래 시장 급성장···내년 43조원 규모 사기 피해도 폭증···"꼼꼼한 확인, 직거래 추천"
2025-07-04 권한일 기자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개인 간 중고거래가 최근 소비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운데, 이를 악용한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반 소비자 간 C2C(Customer to Customer) 거래로 범죄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는 까닭에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사기 피해액이 발생하고 있다.
4일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중고 거래액은 2008년 4조원대에서 2021년 24조원 규모로 급성장한 뒤 올해 약 30조원, 내년에는 43조원 규모로 불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시장이 급속도로 커진 만큼 사기 등 개인 간 분쟁 사례도 크게 늘었다. 사기 피해 정보공유 사이트 더치트 집계를 보면, 지난해 접수된 중고거래 사기 피해 건수는 31만 2321건, 피해액은 2600억4634만원이다. 하루 평균 7억1245만원에 달하는 피해액이 발생한 셈이다. 지난 2013년 연간 피해액이 270억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10배가량 폭증한 수치다. 피해 물품은 △티켓·상품권 3만 8413건 △아이디·계정 3만 4717건 △휴대폰·주변기기 2만 6311건 △화폐 1만 9444건 △포인트 마일리지 1만 7322건 △게임 아이템 1만 7245건 △패션·의류 1만 6224건 등이다. 또 인터넷진흥원 산하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에 따로 접수된 개인 간 중고 거래 분쟁은 2019년 535건에서 지난해 4200건으로 4년 만에 8배 가량 급증했다. 특히 중고 거래 이용자 상당수가 10~30대 MZ세대인 만큼 피해자 및 피의자의 약 75%는 해당 연령층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미접수된 사례나 개인 간 다툼은 훨씬 많을 것으로 경찰 등은 추정하고 있다. 중고 사기를 포함한 사이버 범죄도 매년 급증세다. 경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사이버 범죄는 2014년 11만여 건이 발생(검거 7만1950건)했으나 2022년 23만여 건(검거 14만3885건)으로 8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 초반 비대면 활동 보편화로 2020년 23만4000여 건으로 급증(전년대비 5만4000여 건 증가)했다가 2021년 21만8000여 건으로 줄었지만 2022년 다시 증가했다. 특히 중고·직거래 사기 등 개인 간 사이버 범죄 건수와 피해액 규모가 기업에 비해 가파른 증가세다. 최근에는 유명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닌텐도 게임기를 미끼로 허위 판매 글을 올린 뒤, 113명을 상대로 총 5000여 만원을 가로챈 30대 피의자가 경찰에 붙잡혀 사회적인 공분을 샀다. 또 배우 유인나가 한 방송에서 운동화 중고 거래 사기 피해 사연을 고백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중고 물품 거래 전에 경찰청 홈페이지를 통해 사기 피해가 접수된 이력이 있는 계좌나 전화번호인지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며 "중고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공인된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거나 가급적이면 개방된 공공장소에서 제품을 확인하고 대금을 지불하는 직거래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