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은행까지 뛰어든 알뜰폰 시장…'메기'로 격변 예고
우리은행·KB국민은행 알뜰폰 시장에 진입...이통사 '긴장' 기존 중소 알뜰폰 사업자 "알뜰폰 육성정책, 도매대가 인하 먼저"
2025-07-04 이미현 기자
매일일보 = 이미현 기자 | 정부가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으로 야심차게 추진한 제4이동통신사 출범이 좌초되면서 ‘알뜰폰 육성’이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한 핵심 카드로 부상했다. 은행까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면서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통사 중심의 견고한 시장에 경쟁을 활성화할 새로운 메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올해 연말 알뜰폰 서비스를 출시한다. KB국민은행에 이어 금융권에서 두 번째로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사업 다각화 일환으로 파트너사로 LG유플러스를 선정하고 알뜰폰 시장에 진입했다. 양사는 연내 사업 오픈을 목표로 공동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세부적인 업무 협의를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LG유플러스와 긴밀히 협력해 우리은행의 금융 고객에게 금융과 결합된 보다 나은 통신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KB리브엠 가입자수는 지난 6월 24일 기준 약 40만명을 돌파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을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했다. KB리브엠 가입자수는 서비스가 출범한 2019년 5000명에서 매년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해 알뜰폰 사업자 최초의 5G 요금제 및 워치 요금제 출시, 365일 24시간 고객센터 운영, 멤버십 서비스와 친구결합 할인 등을 제공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보이스피싱 예방에 특화한 요금제 2종을 출시했다. 금융권이 통신사업 진입하면서 이통사들은 긴장하고 있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금융권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는 게 신경쓰이는 것은 맞다”며 “은행을 찾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금리 우대 등을 통한 금융 혜택을 기반으로 알뜰폰 가입자 유치를 늘려가면 아무래도 통신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한 가입자들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은행,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이 잘 될 경우 다른 금융 사업자 진입도 가능해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으로 대형 사업자인 금융권의 통신사 진입을 허용한 바 있다. 다만 기존 알뜰폰 업계는 정부의 알뜰폰 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이 진입으로 알뜰폰 시장이 활성화 되는 것은 찬성한다”면서도 “알뜰폰으로 도매대가 인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3일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 등을 가계 물가안정·생계비 경감을 위한 올해 하반기 추진과제로 발표했다. 정부는 “하반기 중 단통법 폐지를 재추진하는 한편 알뜰폰사에 대한 이동통신 서비스 도매대가 인하를 업계와 협의해 알뜰폰 경쟁력 제고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제4이통사 출범이 좌초되면서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 협의가 물꼬를 트지 않을까는 기대 섞인 시선도 있지만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다. 알뜰폰 관계자는 “매년 정부가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를 추진하고 있지만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알뜰폰 사업자 간의 가격 출혈 경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은 중소 알뜰폰과의 상생을 위해 요금제 원가(망 도매대가)의 90% 이하로는 출시하지 않겠단 정부와의 약속으로 알뜰폰 시장 진입이 허용됐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의 하반기 가계 물가안정·생계비 경감을 위한 정책과제로 '단통법 폐지'도 포함됐다. 단통법 폐지는 올해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를 통한 '민생 살리기'의 정책 일환으로 논의됐다. 하지만 21대 국회가 막을 내려 자동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서 단통법 폐지안이 발의되며 재추진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