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특검법' 국회 본회의 통과…與, 대통령 거부권 건의

4일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 후 표결 尹 거부권 행사 유력…민주 "파국·몰락의 길"

2024-07-04     문장원 기자
4일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특별검사법(특검법)'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5월 21대 국회에서 통과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된 지 한달여 만이다. 아울러 채 상병 특검법은 22대 국회 첫 통과 법안이 됐다.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윤 대통령에게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계획이다.

국회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종결된 직후 전날 상정된 채 상병 특검법을 재석 190명, 찬성 189명, 반대 1명으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안철수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고, 김재섭 의원은 반대표를 행사했다.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전날 채 상병 특검법을 본회의에 상정하자 국민의힘은 '정쟁용 특검에 동의할 수 없다'며 즉각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이에 민주당은 오후 3시 45분쯤 '종결 동의안'을 제출했다.

국회법 제106조의 2에 따르면 무제한토론을 실시하는 안건에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서명으로 종결 동의를 제출할 수 있다. 종결 동의는 동의가 제출된 때부터 24시간이 지난 뒤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180명)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이에 우 의장은 이날 오후 4시 10분에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의 토론을 중단시켰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장석 주변에 몰려들며 무제한 토론을 보장하라고 소리치며 항의하는 등 소란이 일기도 했다. 

이번에 통과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특검법 보다 수사 범위와 권한 등이 확대·강화됐다.

기존 수사외압 의혹에 더해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한 수사와 재판 과정을 모두 수사할 수 있도록 대상과 범위를 확대했다. 현재 경찰(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공수처(수사외압 의혹 수사), 군사법원(박정훈 대령 항명죄 재판) 등으로 쪼개진 채 진행 중인 수사와 재판을 모두 특검이 넘겨받도록 했다. 사실상 수사 외압 의혹의 '윗선'으로 지목되고 있는 대통령실을 겨냥하고 있는 셈이다.

또 새 특검법은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공소취소 권한도 특검에 부여하며 항명 혐의로 군사재판을 받는 박 대령의 공소를 취소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특검 추천 방식도 대한변호사협회가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고 민주당이 2명을 추려 최종 후보로 추천하는 방식에서, 변협 추천 없이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각각 1명씩 총 2명을 추천하도록 바꿨다. 대통령이 3일 이내 특검을 임명하지 않으면 연장자가 자동으로 임명된다.

특검 인력 규모는 특별수사관을 40명까지 임명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검찰에 검사 20명 파견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수사 인원만 최대 104명에 달한다. 역대 최대 규모 특검이었던 '최순실 특검'과 비슷한 수준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채 상병 특검법 수용을 압박하고 나섰다.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하실 것인가. 그러지 마시라"며 "윤석열 탄핵 국민 청원이 100만 명을 훌쩍 넘었다. 들불처럼 번지는 분노의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시라"고 했다.

이어 "또다시 민심을 거부하고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파국과 몰락의 길만이 놓일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특검법이 국회로 돌아오더라도 채 상병 순직 1주기인 오는 19일 전에 빠르게 재표결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재표결에서 법안이 가결되기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200석)이 찬성해야 한다. 특검법에 찬성하는 범야권은 192석이기 때문에 여당에서 최소 8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