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 큰’ 송출수수료…홈쇼핑업계, ‘제 살길 찾기’ 부심

자릿세 개념 송출수수료 지난해 첫 70%대 기록 탈TV 기조 전략 등 통해 소비자 접점 확대 노력

2025-07-07     민경식 기자
GS샵이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홈쇼핑업계가 제 살길 찾기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송출수수료 상승 부담, TV시청자 수 감소, 출혈 경쟁 격화 등 업황 부진을 딛고 또다른 성장 기틀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특히, 송출수수료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주름살이 더욱 깊어진 만큼, 탈TV 기조를 이어가고 다양한 전략을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7일 한국TV홈쇼핑협회의 ‘지난해 홈쇼핑 산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주요 TV홈쇼핑 7개 법인의 지난해 방송 매출액이 2조7290억원으로 전년(2조8998억원) 대비 5.9% 줄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3조1462억원)과 비교하면 13.3%나 쪼그라든 것이다. 방송 매출 비중도 축소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관련 비중은 49.1%로 집계됐다. 2019년 56.5%, 2020년 52.4%, 2021년 51.4% 등으로 매년 하강 곡선을 그리다가 2022년 49.4%로 처음으로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 방송 매출 악화와 함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도 3270억원으로 최근 5년 사이 최저치를 찍었다. 영업이익은 코로나19 사태 대유행 시기인 2020년 7443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21년 6020억원, 5026억원으로 하향세로 전환했다. 이같은 실적 저조는 홈쇼핑 산업의 본질인 TV 시청률이 지속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 가구의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은 2020년 189분, 2021년 186분, 2022년 183분, 지난해 182분 등으로 매년 짧아지고 있다. 방통위의 연령별 필수매체 인식 조사(2023) 결과를 살펴보면, TV를 꼭 필요한 매체로 인식하는 비율은 60대(50.8%)와 70대 이상(78.9%)에서만 절반을 넘긴 반면, 나머지 연령대는 모두 30%를 하회한다. 유통업계 소비 주축인 30대(7.9%)와 40대(12.6%)는 10% 안팎에 그쳤다. 심지어 차기 소비 세력인 10대(0.8%), 20대(3.9%)는 5%를 넘지 못했다. 매년 치솟는 송출수수료도 홈쇼핑업계에 고심을 가중시키고 있다. 송출수수료는 TV홈쇼핑사가 유료방송사업자(케이블TV·위성·IPTV)로부터 채널을 배정받는 대가로 부담하는 비용이다. 일종의 채널 자릿세에 해당한다. 지난해 TV홈쇼핑 7개 법인이 유료방송사업자에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1조9375억원으로 방송 매출액의 71%에 달한다. 방송 매출액 대비 송출수수료 비율은 2022년 54.2% 절반을 처음 돌파한 뒤 2021년 60.0%, 2022년 65.7% 등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생존 위기에 몰리면서 송출수수료 조율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유료방송사업자 역시 TV시청인구 감소라는 업황 부진을 겪고 있어 접점 찾기에 난항이 예상된다. 첨예한 갈등 국면이 이어지면서 자칫 지난해처럼 블랙아웃 사태가 재발발할 수 있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겹악재를 해소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한편, 멤버십 개정, 물류망 강화, 신사업 진출 등을 모색하고 있다. CJ온스타일은 올해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확장 원년으로 삼고 모바일 앱 개편부터 라이브 편성 확대, 조직 확충까지 대대적인 개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모바일 기반 원플랫폼 2.0 전략 일환으로 지난 4월 멤버십 승급 기준을 대폭 낮추고 실질적 체감 혜택을 늘리는 등 멤버십을 가다듬었다. 롯데홈쇼핑은 TV·모바일·유튜브·SNS 등 판매 채널을 다앙화하는 이른바 ‘멀티채널 상품 프로바이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여러 판매채널을 활용해 선보여 시너지를 내는 ‘원 소싱 멀티채널’ 방식을 도입해 탈TV 기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와의 협업을 꾀하는 한편, 자체 캐릭터 벨리곰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유통사 처음으로 모바일 게임도 마련했다. GS샵은 숏폼 콘텐츠 서비스인 ‘숏픽’을 구축하고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영상을 선보이는 등 콘텐츠 차별화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시행한 ‘숏픽’은 불과 오픈 반년만에 1억 뷰(PV)를 넘어서는 등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 TV홈쇼핑에서 요구되던 생방송 역량에 더해 SNS, 라이브 커머스, 숏폼 등 모바일 콘텐츠 경쟁력을 겸비한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최근 신입 쇼핑호스트 공채를 실시했다. 현대홈쇼핑은 AI 기술에 입각한 TV홈쇼핑 방송과 라이브커머스 영상을 1분 내외로 줄여 자동 게재하는 ‘숏폼 자동 제작 시스템’을 지난달 도입했다. 해당 시스템을 앞세워 패션, 뷰티, 식품 등 인기 상품군을 중심으로 하루 최대 10개의 숏폼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경기도 화성 물류센터를 지난달 개장해 운영 효율성과 배송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TV 시청자는 계속 줄어드는 반면 송출수수료는 계속 오르고 있는 어려운 상황 속 TV사업 비중을 낮추고 모바일 등 다양한 전략을 펼쳐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