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내외 위기감에…재계 지각변동 신호탄

사업구조 대수술 나선 SK그룹 재계 지배구조 개선도 현안 부상 오너‧노조리스크로 위기감 가중

2024-07-07     김명현 기자
최태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국내 주요 그룹에서 구조 재편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재계는 대대적인 사업·조직 재정비를 통해 글로벌 불확실성 지속과 유동성 악화 등 대내외 위기를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잇단 사업 확장에 따른 재무 부담이 가중되자 유동성 확보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부적으로 수익성 개선과 사업구조 최적화, 시너지 제고 등으로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운영 개선을 통해 3년 내 30조원의 잉여현금흐름(FCF)을 만들어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낮춘다는 목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과 예산 삭감 등 비용 절감을 위한 전사적 노력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이하 수펙스) 의장은 수펙스의 조직 규모를 축소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펙스는 SK그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사업 구조 재편(리밸런싱)이 한창인 SK그룹이 효율 제고를 위해 '인적 리밸런싱'에도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SK그룹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유망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AI 밸류체인 리더십' 강화를 강조했다. 또 최 회장은 SK의 미래사업에 힘을 싣기 위해 지난달 22일부터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인텔 최고경영자(CEO)들과 연쇄 회동한 후 동부로 이동해 SK 바이오팜, SKC 자회사인 앱솔릭스를 방문하는 등 바쁜 일정을 이어오고 있다.

재계에선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도 중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이 기업 지배구조를 논의하는 단계까지 진척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구조 해소와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 등도 주요 현안으로 꼽힌다. 삼성의 경우 외부 감독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이찬희 준감위 위원장은 최근 준감위 정례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간담회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준감위와 만난다면 그룹 콘트롤타워 복원과 지배구조 개선 등의 논의가 이뤄질 거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재계에 번지고 있는 위기감은 '노조리스크'와 '오너리스크'가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경기 침체,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에서 불거진 내부 불협화음과 오너가의 잇단 구설이 경영 위기감을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8일부터 사흘간 총파업을 선언했다. 특히 이번 파업의 목적을 '생산 차질'이라고 밝히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어 회사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현대차 노조도 올해 임금협상 난항으로 이유로 오는 10일과 11일 매일 4시간씩 부분 파업을 예고했다. 노조가 실제 파업하면 6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