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중대기로 선 재계…지속가능한 그룹 만들기 혈투
삼성 전영현 반도체 특명…AI반도체 주도권 확보 고심 SK 생존 위한 변화 도모…고강도 군살빼기 강드라이브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관심 쏠려…LG, 미래 준비 총력
2025-07-07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재계가 그룹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미래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DS)는 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팀'을 신설했다. 삼성전자는 회사 내 HBM 전담 조직이 있었지만 공식 조직도에 포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설된 HBM 개발팀은 HBM3와 HBM3E뿐 아니라 차세대 HBM4 기술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어드밴스드패키징(AVP) 개발팀과 설비기술연구소도 재편했다. 기존 AVP 사업팀을 AVP 개발팀으로 변경하고 전 부문장 직속으로 배치했다. 2.5D, 3D 등 신규 패키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AVP는 미래 반도체 산업의 승부처로 꼽힌다. 이러한 조직개편은 DS 부문장이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된 지 약 한 달 만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5월 21일 반도체 사업 수장을 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한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전 부회장은 반도체 실적 반등은 물론 HBM을 비롯한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특명을 받았다. 특히 HBM의 주요 고객사 품질인증을 올 3분기 내 통과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올 2분기 삼성전자의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에 반도체 실적 회복이 '1등 공신'으로 자리하며 일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올 하반기에도 호조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AI 반도체 경쟁력 강화가 필수로 꼽힌다. SK그룹은 생존을 위한 대대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AI·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리밸런싱(사업 재편)에 초점을 맞추면서다. 200여개에 이르는 계열사들에 대한 고강도 군살 빼기로 유동성을 확보해 AI·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사업에 몰아준다는 구상이다. 세부적으로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향후 5년간 103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특히 HBM 등 AI 관련 사업 분야에 약 80%(82조원)를 쏟아 붓는다.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는 AI데이터센터 사업에 5년간 3조4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달 1일부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반도체위원회'를 신설했다. 위원장은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맡았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룹 보유 역량을 활용해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트랜지션(전환) 시대'를 맞아 미래준비 등을 위한 선제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최근 정몽구 명예회장의 건강이상설로 그룹 지배구조 재편 이슈가 재점화되고 있다. 건강이상설과 관련한 증권가 지라시의 확산은 '사실무근'으로 일단락됐지만 이로 인한 지주회사격인 현대모비스의 주가 급등은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실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020년 부친인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승계받았지만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큰 틀에서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정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도모할 것으로 관측된다. LG그룹은 'ABC(AI·바이오·클린테크)' 등 LG 미래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강드라이브를 걸었다. 앞서 LG그룹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모바일, 태양광 사업 등을 과감하게 접고 100년 기업을 정조준했다. 특히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10년, 20년 후의 미래를 위한 도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달 중순 미국 테네시와 실리콘밸리를 돌며 북미 시장 점검에 나서며 장기 레이스에서 이기기 위해 도전과 도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리콘밸리 현지 직원들과 만나 "새로운 시도와 변화에는 항상 어려움이 따르지만 직원 여러분의 의미 있는 도전이 LG의 미래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