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습기 시장, 기후와 성능 차이로 ‘호재’

잦은 비소식으로 수요 확대 가능성 커져 소비자원 에어컨 성능 격차 조사도 긍정

2025-07-08     신승엽 기자
가전양판점에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제습기 시장이 이상기후와 성능 격차 등으로 호재를 맞이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습기는 외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특성을 가졌다. 고온다습한 기후가 오래 지속될수록 판매량이 상승한다는 뜻이다. 현재 ‘슈퍼 엘니뇨’ 현상에 따른 장마기간 확대와 소비자단체의 성능 조사로 다시 호황을 누릴 전망이다. 특히 성능 검증 측면에서는 경쟁제품과의 격차를 보여준 만큼,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습기 시장은 지난 2013년 130만대 규모로 정점을 기록한 뒤 계속해서 하락세다. 2014년 시장 규모는 80만대로 줄었고, 2022년에는 50만대까지 위축됐다. 올해는 기후변화 여파로 최소 10만대 이상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올해는 초여름철부터 잦은 비소식으로 제습기 수요가 늘어난 바 있다. 전남 광양과 진도는 지난 5일 기준 역대 5월 하루 최다 강수량을 기록했다. 영남권에서도 남해와 진주는 역대 2, 3위 기록을 갱신한 바 있다. 2020년부터 5월 강수량이 급상승했고, 현재까지 5월 강수량이 줄어들지 않는 모양새다.  여름철도 많은 강수량이 예보됐다. 기상청은 3개월 전망을 통해 7월은 강수량이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엘니뇨 현상이 기후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엘니뇨는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3개월 이동평균으로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뜻한다. 엘니뇨 현상이 쇠퇴하는 여름 시기에는 동아시아의 강수량이 증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제습기 수요는 계절적 특징에 따라 갈린다.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량 증가는 제습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특히 올해 장마철이 기존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면서, 제습기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간 제습기는 에어컨과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에어컨에는 제습 기능이 탑재됐다. 에어컨은 냉방과 제습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만큼, 범용성 측면에서 제습기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결국 에어컨의 고도화도 제습기 수요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이러한 기조가 반전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달 20일 삼성전자와 LG전자, 오텍캐리어 등 3개사의 58.5㎡형(18평) 가정용 스탠드에어컨 5개 모델의 냉방성능과 품질, 안전성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에어컨 제습모드와 가정용 제습기의 실내 온·습도와 소비전력량을 5시간 동안 측정해보니 작동방식에 차이가 있어 에어컨이 제습기까지 대체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에어컨 제습모드는 온도를 낮게 유지하며 습기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설정온도에 도달하면 실외기가 작동과 멈춤을 반복한다. 실내기 냉각판에 맺힌 물방울이 실내로 유입돼 습도가 더 낮아지지 않는다. 제습기는 제품이 제거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습도(30%Rh대·상대습도)까지 낮출 수 있지만, 에어컨 제습모드는 일정 습도(50~60%Rh)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제습기와 에어컨의 구분선이 모호한 만큼, 소비자들도 제품 성능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면서 “소비자원의 발표는 소비자의 궁금증을 해소할 뿐 아니라 제습기 성능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줬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