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비싸게 배짱영업 中”…명품업계, 수시로 가격 인상

1년 한차례 가격 인상하던 관례 깨고 ‘n차’ 가격 인상 中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디올 국내 매출 5조…기부금은 19억

2024-07-08     강소슬 기자
명품업계가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명품업계가 통상 1년에 한 번 연말이나 연초에 해오던 가격 인상 외에 수시로 가격 인상을 단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8일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인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한화 약 45만원)로 미국(280달러), 일본(210달러)에 앞서며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가격 줄인상에도 국내에서 명품 소비가 이어지기 때문인지 명품 업체는 한국 소비자를 ‘호구’ 취급하듯 가격 인상을 나서고 있다. ‘명품 4대장’이라 불리는 프랑스 브랜드 샤넬, 루이비통, 디올, 에르메스 등의 지난해 국내 매출 합산 금액이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지만, 지난해 4개사 브랜드의 사회 기부금은 19억원 수준에 그쳤다.

지난달 에르메스와 구찌가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고, 루이비통도 지난 2월에 이어 이달 가격 인상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루이비통의 ‘네오노에BB’ 제품은 기존 258만원에서 지난 2월 274만원으로 오른 데 이어 이번에 290만원이 됐다. 올해만 가격이 11%가량 오른 것이다.

앞서 가격을 올린 에르메스는 통상적으로 연초 한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올해는 상품군과 제품을 나눠 가격을 두 차례 인상했다. 지난 1월 일부 신발 가격을 올렸고, 지난달에는 가방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해 네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한 구찌 역시 지난달 일부 가방의 가격을 5~8% 인상했다. 매년 새해 가격 인상에 나섰던 롤렉스도 올해 1월에 일부 제품을 8%가량 올렸으며, 지난달에도 5%가량 가격을 인상했다.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줄줄이 추가 인상을 하면서 다른 브랜드들도 인상에 합류해 명품 물가를 밀어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명품 브랜드들은 수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음에도 샤넬, 루이비통, 디올, 에르메스의 지난해 국내 매출 합산 금액이 최초로 5억원을 돌파했다. 이들은 국내 사회공헌 척도로 평가받는 기부금은 미미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루이비통코리아는 국내에서 매출 1조6511억원을 기록했지만, 국내 기부 금액은 0원이다. 2020년 이후로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디올의 한국 법인인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는 지난해 전년 대비 12.4% 늘어난 1조456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겼지만, 디올은 핸드백 2개 가격 정도인 1920만원을 국내에 기부금으로 사용했다.

샤넬 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7038억원을 기록했으며, 국내 기부금은 매출의 0.08%인 13억원에 그쳤다. 에르메스코리아는 지난해 국내에서 7972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기부금은 전년보다 1.4% 줄인 5억5300만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GDP가 2배 이상인 미국보다 1인당 명품 소비액이 높다는 것은 명품에 대한 맹목적인 소비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해도 국내 소비자가 열광하는 상황이니 명품 업체들이 한국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사회적 책임은 다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