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2법, 4년 만기 임박··· 전셋값 더 뛸까?
2년전 갱신요구권 사용 1만7686 달해 전세보증금 대폭 인상 우려···대책 '아직'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임대차 2법’이 시행된 지 4년을 앞둔 가운데 전셋값 급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주인들이 향후 4년치 상승분을 한꺼번에 인상하겠다고 나설 경우, 세입자들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8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계약갱신권이 만료되는 아파트 전·월세 물량은 전국에 걸쳐 1만3169가구로 추산된다. 올해 말까지 확대하면 총 6만4309가구의 계약갱신권이 만료될 전망이다.
지난 2020년 7월 문재인 정부 당시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 2법’은 전세 주택에 대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말한다. 계약갱신청구권은 2년이었던 기존 임대차 기간을 사실상 4년(2+2년)으로 연장하는 제도다. 전월세상한제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재계약할 경우, 임대료 상승 폭을 직전 계약의 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다.
지난달 말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0년 7월 전세 계약 체결 후 2년 뒤인 2022년 7월에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가구는 전국에 걸쳐 1만7686가구(7월 3770가구, 8월 3484가구, 9월 3118가구, 10월 3742가구, 11월 1906가구, 12월 1666가구)에 달한다. 2022년 7월 체결된 전세계약은 총 1만2219건으로 이 중 올해 갱신요구권 사용은 3770건(30.9%)이다.
부동산업계에선 최근 수년에 걸친 전셋값 오름세 속에서 집주인들이 향후 4년치 상승분을 한꺼번에 인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2020년 임대차 2법 시행 후 전셋값은 꾸준히 올랐다. KB부동산 월간 평균전세가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437만원이다. 이는 임대차 2법 시행 전인 2020년 6월 대비 1억1289만원(23%) 오른 액수다.
지난주 전국 주간 아파트 전셋값은 0.05% 올라 이전 주(0.04%)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수도권 상승 폭은 유지(0.12%)됐고 서울은 0.19%에서 0.20%로 확대되는 등 59주 연속 상승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교수는 “임대차 2법 시행 4년 후부터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며 “집주인들은 그동안 올리지 못한 4년 치 전셋값을 먼저 올린 뒤 앞으로 오를 4년 치도 반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과 전셋값 상승세 및 전세수급지수 등을 감안할 때 임대차법 시행 4년 도달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2년 전에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사용한 임차인은 조만간 도래할 4년 만기 시점에서 집주인이 주변 시세와 비슷한 전셋값을 요구하거나 이보다 더 높게 조정하더라도 이사 이외에 대응할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월, 임대차 2법 개선을 포함한 전세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구체적인 내용이나 확정된 발표 시점 등이 나오지 않았다. 당시 박 장관은 “전셋값 4년치를 한꺼번에 올린다든지 신규 전세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게 하는 임대차 2법 문제를 완화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