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올 장마 평년보다 비 많이 온다…식자재 값 천정부지
적상추∙알배기배추∙시금치 등 일주일만에 두자릿수 상승 평년보다 비 많이 오고 기온도 높아…당분간 무더위 지속
2024-07-08 이선민 기자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들며 식자재 가격이 상승해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적상추 소매가격이 일주일만에 17.3% 오른 1178원(100g)을 기록했다. 한 달 전 872원과 비교하면 35.1% 비싼 수준이다. 알배기배추는 한포기에 3032원으로 일주일만에 26%가 올랐다. 한 달 전에 비하면 29.1% 비싸다. 시금치 또한 100g에 1276원으로 일주일만에 30.1%, 한달만에 65.5% 올랐고, 당근은 1㎏에 6177원으로 일주일 새 5.6%, 한 달 새 11.5% 상승했다. 깻잎 가격은 100g에 2087원으로 일주일 만에 2.2%가 오르면서 평년보다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올해 장마철은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기온도 평년보다 조금 높고, 무더위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채소류 소매가격은 이미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고, 장마 뒤에 찾아올 폭염과 태풍에 따라 농산물값은 더 오를 전망이다. 기상청이 발표한 전국 권역별 강수통계 현황에 따르면 중부(88.1㎜), 강원(85.5㎜), 대전·충남(85.8㎜), 충북(88.6㎜) 등 평년 강수량이 85㎜ 내외였던 지역엔 올해 1.5배가 넘는 130㎜ 이상의 비가 쏟아졌다. 특히 제주도의 누적 강수량은 397.8㎜로 나타나 평년(190.6㎜)을 크게 웃돌았다.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최고체감온도가 33도 내외, 일부 경북남부는 최고체감온도가 35도 내외로 올라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그 밖의 지역에도 최고체감온도가 31도 내외로 오르는 등 무더위가 예고됐다. 이 같은 더위는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여름철 평균 기온이 20도 전후인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는 이번 달 한낮 기온이 34도까지 치솟는 등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비가 많이 오면 식물이 물을 많이 흡수해 과실이나 채소에 수분 함유량이 많아 쉽게 무르게 된다. 물에 젖은 농작물은 병충해가 발생하기도 쉽다. 또 비가 오는 동안 햇빛을 못 받아 증산작용을 못하면 과일에 수분함량이 많아져 당도가 떨어지기도 한다. 무더위가 계속되면 밭 작물에 피해가 발생한다. 시설채소에서도 생육지연 등 현상이 일어나 가격 급등의 주원인이 된다. 수분을 머금는 속도가 빠른 복숭아, 자두 등 여름 제철 과일은 당장 이상기후로 빠르게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84로 지난해보다 2.4% 올랐다. 그 중에서도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7% 올라 소비자 장바구니에 큰 영향을 끼쳤다. 품목별로 보면 아몬드를 제외한 과일류인 신선과실은 전년보다 31.3%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전년보다 6.5% 올랐고 농산물만 보면 13.3%로 상승폭이 더 컸다. 특히 배 가격은 139.6% 상승하면서 1975년 1월부터 시작한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사과도 63.1% 증가하며 높은 상승세가 지속됐다. 과일 채소류 가격이 뛰면서 자영업자의 가게 운영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름은 냉방 가동으로 시설비 부담이 큰 시기인데 물가까지 치솟으면서 더욱 운영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장마철은 소비자들의 외출 감소로 전체 매출 자체가 감소하는 시기다. 정부는 물가를 잡기 위해 배추 2만3000t, 무 5000t을 비축하고 기상재해에 대비해 배추 예비묘 200만주를 확보하기로 했다. 저장성이 있는 양파와 마늘, 건고추는 명절 등에 대비해 총 1만4000t을 선제 비축할 계획이다. 또 농림축산식품부는 생육관리 협의체를 통해 작황 모니터링을 지속 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장마 기간이 매년 달라 전년 대비, 평년 대비 비교하기는 애매하고 장마기간엔 통상 전반적으로 가격이 오르는데 올해 유별나게 오른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다른 때보다는 특별하게 장마철, 여름철 대비 준비하고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고 설명했다. 주요 대형마트도 장마에 취약한 엽채류 등의 스마트팜을 확보하는 등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마가 길어지면 일부 식재료의 경우 소폭 오르는 정도가 아니라 2배, 3배로 가격이 뛴다”며 “장마 외에도 이상기후로 식자재 값 변동이 커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