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서든데스' SK, 투자 포트폴리오 재검토

사업 재편·투자 재점검…SK온 살리기 박차 자금 확보 위해 베트남 투자 지분 매각

2024-07-08     박지성 기자
서울

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SK그룹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과 더불어 최태원 회장의 이혼 소송 여파로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 SK그룹은 현재 직면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중복 사업 정리 및 미래 사업 투자 위한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재점검에 들어갔다.

8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전방위적으로 사업 재편과 투자 재점검 등이 이뤄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이 지난해 말 '그룹 2인자'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등판한 이후 방만한 투자에 따른 손실, 사업 비효율, 기강 해이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창원 의장은 "그룹내 계열사가 너무 많다. 관리 가능한 범위 내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SK그룹 내 계열사 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SK그룹의 계열사는 총 219곳으로, 재계 안팎에서는 "알 수 없는 회사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 SK그룹 내에선 조직 슬림화를 위한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분산된 투자 기능을 SK㈜로 모두 이관한 바 있다. 특히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인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SK온을 살리기 위해서는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하는 방안을 비롯해 SK온과 SK엔무브 합병,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 매각, SK온과 SK E&S 간 합병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현재 SK온은 지난 2021년 출범 이후 10개 분기 연속 누적 적자 규모가 2조5876억원에 달한다. 올해 2분기에도 3000억원대 영업손실을 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러한 위기 속 SK온은 조직 효율화를 위해 업무 영역과 진행절차를 비롯해 그에 따른 자원 배분부터 일하는 방식까지 변화가 필요한 모든 영역을 과감하게 바꾸기로 했다. SK그룹은 베트남 마산·빈 그룹 투자를 회수해 1조원이 넘는 자금 확보에 나서는 등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작업도 활발하다. SK그룹 지주사인 SK㈜는 최근 마산그룹 측에 풋옵션(주식 매도 권리) 행사 의지를 표명했다. 마산그룹은 베트남 재계 2위 유통기업이다. SK가 지난 2018년 당시 투입했던 금액은 4억500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5300억원)로 올해 말까지 원금과 이자분을 회수할 계획이다.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인 빈그룹과도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SK는 지난 2019년 빈그룹 지분 6.1%를 10억 달러(당시 환율로 약 1조18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수장 교체도 잇따르고 있다.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이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이 물러난 데 이어 최근에는 성민석 SK온 최고사업책임자(CCO)가 보직 해임됐고, 박성하 SK스퀘어 사장도 해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