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환율 불안...물가 둔화에도 한은 12연속 금리동결 유력
11일 금통위서 3.50% 유지할 듯...인하 시그널에 관심 美연준 9월 인하 기대감…한은 연내 내릴 가능성 커져
2025-07-08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한국은행이 오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가운데 동결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럴 경우 12회 연속 동결이자, 1년 6개월째 최장 기간 금리 동결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목표 수준(2%)에 근접하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과 가계대출 등이 여전히 불안한 만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보다 앞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먼저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관심은 금통위 위원들의 금리인하 시사 발언이다. 오는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이르면 오는 8월 한은이 금리를 한 차례 내릴 지 관심이 쏠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제전문가들은 한은 금통위가 이번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가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통화정책방향이나 원/달러 환율 등의 불확실성이 여전해서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이 먼저 금리를 내릴 경우 2%포인트인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이는 외국인 자본 유출을 유도해 1400원을 바라보는 원/달러 환율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연준이 9월부터 연말까지 한두 차례 정도, 한은은 이후 10월이나 11월 한 차례 기준금리를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개월만에 가장 낮은 2.4%까지 떨어졌지만, 환율 문제(원화 절하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도 있고 공급 쪽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이 정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고 한은이 당장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를 당장 내리지는 않더라도, 금통위가 '지금까지 물가 경로가 전망에 부합하고, 이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인하 논의가 가능하다'는 정도의 메시지를 의결문이나 이창용 총재 언급 등을 통해 내놓을 가능성은 거론됐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 답변이나 금통위 의결문에서 한은이 더 이상 물가의 상방 위험을 강조하지 않고 물가 안정에 대한 자신감이나 인하 논의가 임박한 사실을 간접적으로 내비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들썩이는 환율과 가계부채 등도 한은이 금리 인하를 망설이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거의 1400원에 이를 만큼 높은 상황인데, 절대 수준보다 사실 변동성이 더 큰 문제"라며 "만약 금리를 내리면 환율 변동성이 커질 위험이 있다. 지금도 역대 최대 수준(2.00%p)인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가 더 확대되면 원화 환율 시장이 더 취약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지난해보다도 환율 시장 상황이 더 나쁘다. 올해 반도체 중심의 수출 회복세가 예상외로 강하고 5월 경상수지 흑자가 2년 8개월 만에 최대 규모인데도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1,400원 근처에서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까지 낮춰 환율이 더 오르면 한은은 적지 않은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가계부채에 대해서도 "한은이 항상 가계부채를 많이 걱정하는데, 지금처럼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데 기준금리까지 낮춰주는 것은 다소 모순적 결정"이라며 "더구나 최근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주문 등으로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아무리 기준금리를 낮춰도 대출자들이 이자 부담 경감을 체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정책의 '엇박자'를 걱정했다. 실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만 따져도, 지난달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5조3415억원)으로 급증한 데 이어 이달 들어 나흘만에 다시 2조1835억원이나 불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연준이 일러야 9월 이후 한 두차례, 한은은 4분기 한 차례 정도 금리를 낮추고 해를 넘기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했다. 안예하 선임연구원은 "연준은 9월 첫 인하를 시작해 연내 0.25%포인트(p)씩 두 번, 0.50%p 낮추고 한은은 10월 한 차례 0.25%p 내릴 것"이라며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인하라기보다 높은 물가에 대응한 통화 긴축적 환경을 완화하는 목적인 만큼 두 나라에서 모두 제한적 수준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에 근접하면서 연준이 물가 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9월에 한 번, 정치적 불확실성을 피해 대선 이후 12월에 또 한 번 각 0.25%p 인하할 것으로 본다"며 "한국은 올해 10월 0.25%p 한 차례 인하만 단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