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임대차 2법 만기도래에 전세시장 또 술렁... 대응방안은?
연내 계약갱신권 만료 앞둔 아파트 6만4309가구 추정 매매·전세 동반 오름세…시세따라 보증금 인상 가능성↑
2025-07-08 김수현 기자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올해 계약갱신청구권 및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2법’이 시행된 지 4년째를 맞으면서 다량의 전세물량이 새롭게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이 오름세를 탄 가운데 정부의 임대차 2법 폐지 방침 역시 시장에 추가 불안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8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계약갱신권이 만료되는 전국 아파트 전월세 물량은 총 6만4309가구로 추산된다. 이중 이달 만기가 예정된 아파트는 전체 거래 건수 9만5137가구 대비 13.8%에 해당하는 1만3169가구로 예상된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연일 상승세를 타면서, 계약만기에 따른 가파른 전세값 상승이 이뤄질 수도 있다. 임대차 2법에 명시된 5% 인상 상한선으로 임대인들이 지난 4년간 시세에 맞춰 올리지 못한 임대료를 다가오는 신규 계약을 통해 한꺼번에 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의 ‘7월 첫째 주(1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0% 오르며 6월 마지막 주 0.18%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지난 2021년 9월 셋째 주(0.20%)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15주 연속 이어지고 있다. 매매가 상승으로 전셋값 역시 자극받는 양상이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값은 전주보다 0.01%p 상승한 0.20%를 기록하며 59주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매물이 부족한 선호단지를 중심으로 상승거래가 이어졌고, 꾸준한 전세 수요로 인근 단지 및 구축에서도 거래가격이 상승하는 등 서울 전체에서 상승 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최근 빌라 및 단독주택에 대한 전세사기 위험을 피해서 아파트로 전세 수요가 몰린 점도 향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가 전월세거래신고제가 시행된 2021년 2분기 이후 서울 아파트 전월세계약을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전세계약 비중은 전 분기 대비 2.5%포인트(p) 늘어난 61.1%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2분기 62.2% 이후 최근 3년 사이에 가장 높은 수치다. 임대차 2법 시행 4년차를 맞아 전세시장에 불안감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관련 제도 폐지까지 언급해 전세시장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더해지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월 임대차 2법 폐지가 국토교통부의 공식입장이라고 못을 박은바 있다. 당시 박 장관은 “전세가 존속할 수 있었던 배경은 끊임없이 전셋값이 올랐기 때문”이라며 “뒷돈을 빼서 앞돈을 메꿔줄 수 있어 유지됐던 것인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지역이 50%”라고 했다. 그는 “전세는 우리나라에서 수명을 다한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고 발언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여소야대 국면에 임대차 2법 폐지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장기적으로도 임대차 2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는 “임대 갱신 기간을 ‘2+2’에서 ‘2+1’으로 완화하고,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입법 취지를 살려 임대 이익률 상한 역시 일괄적인 5%에서 금액대별로 나눌 필요가 있다”며 “일정 금액 이하의 경우에는 이익률을 제한하고, 일정 금액 이상의 구간에서는 제한을 푸는 등의 개선안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최근 주거 사다리가 없어지는 상황에서 일정 규모 이하의 빌라 혹은 오피스텔 등을 소유한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해 서민들을 위한 민간 임대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올해 하반기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폐지와 수정을 결정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임차인들을 위한 어느 정도의 안전장치는 필요하기 때문에 임대차 2법 완전 폐지는 일단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현재로서는 보완할 부분 역시 마땅치는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올 하반기 4년 만기가 도래하는 주택들의 전셋값이 과도하게 오르지 않을 경우, 제도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관련 법 폐지론도 힘을 잃을 것”이라면서 “반대로 하반기에 전셋값이 급등할 경우 임대차 관련 법안을 완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