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행정처분 철회로 ‘무기한휴진’ 소강… 醫·政갈등은 지속

政, 미복귀 전공의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중단' 아닌 ‘철회’ 결정 ‘전공의 보호’ 앞세운 의대교수 단체, 집단행동 명분 소실 31개 의대 교수 비대위·교수회 “정부, 의평원 독립성 훼손”

2025-07-08     이용 기자
서울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정부가 소속 수련병원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무기한 휴진’을 동반한 의료계 집단행동이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공의 처우 문제 외에도 의정 간 갈등이 여전히 진행 중인 만큼, 집단행동 불씨는 여전히 남은 상태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빅5 병원 중 세브란스병원을 제외한 4개 병원이 정상 진료체계로 환자를 돌보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지난달 27일부터 개별적으로 휴진을 시작했지만 응급실 등 위중증자들을 위한 진료는 유지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무기한 휴진을 철회했으며, 가톨릭대병원과 삼성병원은 휴진을 유예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본래 지난 4일 일주일 간 휴진을 예고했으나 환자 피해 등을 고려해 진료를 축소하고 재조정하기로 했다. 서울 시내 주요 병원들이 당초 예고한대로 ‘무기한 휴진’을 단행하지 않은 만큼, 우려할 수준의 의료공백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오늘 정부가 이탈 전공의 중 소속 수련병원에 복귀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빅5 병원들의 무기한 휴진 결정은 다시 유예될 것으로 보인다. 의대교수 단체들의 집단행동 참여 명분은 ‘사직 전공의’에 대한 보호다. 각 단체는 “전공의에 대한 피해가 현실화 될 경우 다시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다만 교수 단체는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사직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중단'이 아닌 '취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정부가 의대교수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행정처분을 ‘철회’하면서 이제 각 병원은 무기한 휴진 추진을 고민해봐야 하는 모양새가 됐다. 현재 고려대 의대 소속병원은 오는 12일부터, 충북대병원은 26일부터 휴진을 계획하고 있다. 본래 의료법상 의료인이 집단 진료 거부를 행사할 시, 정부는 업무 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이에 불복할 경우 1년 이하의 자격 정지 및 3년 이하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전공의가 사직서를 처음 제출한 시점은 지난 2월 19일로, 이날부터 사직에 나선 전공의는 다섯 달 동안 의료현장을 이탈했다. 정부에 따르면 이달 4일 현재 전체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1만3756명 가운데 1104명이 근무 중이다. 출근율은 전체의 8.0% 수준에 그쳤다. 일각에선 미복귀자들이 아직도 아무런 처분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선 국민들의 반발보다 더 이상의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통 크게 양보’한 셈이다. 다만 전공의에 대한 처우 외에도 여러 요소로 의정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특히 최근 의료계는 “정부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마찰을 빚고 있다. 31개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 교수회가 공동으로 낸 성명서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5월 ‘의평원을 의대평가인증 인정기관으로 재지정 통보’공문에 '인정기관심의위원회의 사전심의'라는 조건을 달았다. 인정기관심의위원회는 교육부의 산하 기관이다. 이들 단체는 “교육부가 의평원을 좌지우지겠다는 참으로 나쁜 의도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이번 사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뿐 아니라 각 의대교수도 정부 비난에 나섰다는 점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의학회, 의협을 비롯해 충남의대, 가톨릭대 의대교수, 성균관의대, 서울의대 등 31개 의대 교수 비대위·교수회가 공동으로 성명서를 발표해 교육부의 행태를 지적했다. 정작 의정갈등의 시작점이었던 의대증원 문제에 대해선 양측이 서로 타협하지 않는 만큼, 상황이 악화되면 무기한 휴진 움직임이 다시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