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문자' 둘러싼 신경전 계속···원희룡 "팀 화합 못 이끌어" vs 한동훈 "내부 총질"
8일 전당대회 호남·제주 합동연설회···더 커진 '문자 읽씹' 논란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을 두고 거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원희룡·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8일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도 신경전을 이어갔다.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사과 의사가 담긴 김 여사의 문자를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읽씹(메시지를 읽고 답장하지 않는 것)'했다는 게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원 후보는 '원활한 당정 소통 능력'을 차기 당 대표의 덕목으로 꼽으며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갈등 양상을 보이는 한 후보를 겨냥했다. 한 후보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문자 논란'이 불거진 것을 자신을 향한 "내부 총질"로 규정하며 "저는 그렇지 않겠다"고 받아쳤다.
원 후보는 이날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당과 윤 대통령 모두 위기라고 지적하며 "대통령도 바뀌고 당도 바뀌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지금 필요한 당 대표는 모든 것을 헤쳐온 오랜 경험과, 대통령과의 소통으로 당정이 함께 민생을 살릴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아직 팀(당정)의 정체성을 익히지 못하고, 팀의 화합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당 대표를 맡겨서 실험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원 후보의 이같은 발언은 당권 레이스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있는 한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한 후보는 앞서 '채 상병 특검법 조건부 추진'을 주장하며 다른 당권 주자들에게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운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엔 비대위원장 시절 명품백 수수 의혹의 '사과 기회'를 타진한 김 여사의 문자를 무시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대통령 부부와 완전히 갈라선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샀다.
원 후보는 이번 문자 논란이 터진 후 당권 주자 중 한 후보를 가장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원 후보는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총선 기간 가장 민감했던 이슈 중 하나에 대해 당과 한동훈 위원장이 요구하는 것을 다 하겠다는 영부인의 문자에 어떻게 답도 안 할 수가 있느냐"며 "공적·사적 따지기 전에 인간적으로 예의가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반면 한 후보는 당권 경쟁이 한창인 시점에 문자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 의구심을 품는 모습이다. 한 후보 측은 문자 메시지가 최초 공개된 후 한 후보 축출 기도로 이어진 과정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지난 7일 한 후보의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려다 여론 악화에 취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후보는 이날 연설회에서 자신을 향하고 있는 '문자 파동' 책임론을 정면 반박했다. 그는 "축제의 장이어야 할 전당대회에서 인신공격과 비방으로 내부 총질하고 있지 않느냐"며 "그렇게 당을 망가뜨리면서 이기면 뭐가 남느냐"고 원 후보를 에둘러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는 그러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