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수주 출혈 경쟁 피하자… 정비사업 ‘수의계약’ 증가
상반기 21곳 중 19곳 수의계약
2024-07-09 김승현 기자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지에서 수의계약을 늘리고 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시공사 간 출혈경쟁을 피하고 추가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위 10개 건설사들이 수주한 정비사업장 21곳 중 19곳은 수의계약으로 결정됐다. 올해 경쟁 입찰이 성사된 정비사업지는 서울 여의도 한양과 부산 촉진 2-1구역이 전부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과 주택법에 따라 정비사업 시공자는 경쟁 입찰로 선정해야 한다. 다만 건설사 한 곳만 입찰에 참여하면 처음에는 유찰된다. 2회 이상 유찰되면 조합은 단독 입찰한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입찰이 없거나 한 곳만 있어 유찰된 후 단독 입찰로 수의계약을 진행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지난 5월 22일 마감된 강남구 개포주공 5단지는 시공사 선정 재입찰에서 대우건설만 단독 입찰해 유찰됐다. 동작구 노량진 1구역도 1차에는 아무런 입찰이 없다가 2차에 포스코이앤씨가 단독 입찰하며 수의계약이 맺어졌다. 서초구 신반포 12차는 두 차례 모두 롯데건설만 단독 입찰했다. 하반기 사업장에도 수의계약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용산구 신용산 북측 제1구역 재개발은 롯데건설, 강북구 길음 5구역 재개발은 포스코이앤씨가 단독 입찰한 상태다. 마포로 1구역 제10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도 경쟁이 성사되지 않았다. 이 조합은 오는 12일 총회에서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공사원가 급등과 물가 변동 여파로 선별수주 기조가 강화되면서 경쟁 입찰이 줄었다고 분석한다. 시공사 선정 전부터 대형 건설사가 수주전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이전에 관심을 보인 다른 건설사가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최근 정비사업 입찰을 보면 일부 특정 건설사들만 경쟁하거나 유찰되는 일이 잦다”며 “조합은 가장 좋은 조건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시장 상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건설사 입장에선 경쟁을 줄여 추가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찰 후 수의계약이 대세인 듯 상황이지만 이번 하반기에는 ‘노른자 사업지’를 중심으로 한 수주전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 용산구 남영동 업무지구 2구역(남영 2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두고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 7구역 재건축사업 시공권은 SK에코플랜트와 호반건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25일 시공사 현장 설명회에는 대형 건설사 7곳이 참여했고 SK에코플랜트와 호반건설만 입찰 참여 의향서를 제출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무리한 수주 경쟁을 피하고 선별 수주에 나서는 분위기”라며 “하반기에는 여의도와 한남 등 사업성을 갖춘 현장에서 시공사 선정이 예정된 만큼 적극적인 수주전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