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폭우까지...동남아 날씨에 ‘몰링’이 뜬다
전통시장‧핫플동네에서 대형 쇼핑몰로 고객 이동 장마보다 한국형 우기에 가까워…실내공간 인기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국내 유통가의 새로운 트렌드로 ‘몰링(malling)’이 자리 잡고 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상기후로 폭우와 폭염이 반복됨에 따라 국내 대형마트와 쇼핑몰이 동남아시아에서 유행하는 몰링 문화를 적용해 탈바꿈하고 있다. 몰링이란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쇼핑몰에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쇼핑몰에서 문화행사, 식사, 쇼핑 등 다양한 여가행위를 한 번에 향유하는 문화다.
우리나라 전통 상권은 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돼 왔고, 최근에는 가로수길, 샤로수길 등 상점가가 몰리는 곳이 핫플레이스로 등극해왔다. 하지만 이상기후로 기온이 올라가거나 강수량이 많은 여름이나 기온이 너무 떨어지는 겨울에는 상점을 옮겨 다니기 불편해져 상권이 대형 쇼핑몰로 옮겨가는 추세다.
이 같은 현상은 온난화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올해 7월은 사실상 우기에 가까운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 올해 장마철 수도권에는 누적 최대 250㎜ 육박하는 비가 내렸다. 비가 계속 내리기만 하던 기존의 장마와는 달리 흐린 날씨가 이어지면서 반복적으로 폭우가 쏟아졌다.
앞서 기상청과 기상학회는 2022년 장마 백서에서 “기후 위기로 인해 장마라는 표현을 ‘한국형 우기’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장마 기간이 과거 3~4주 정도에서 최근에는 8주 이상으로 길어졌고 국지성 폭우 등 불규칙성이 늘어났다는 이유다.
사람이 대피해야 할 정도로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는 폭우가 오다가도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이 찜통 같은 폭염이 반복되자 소비자들은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는 것부터 친구와의 만남, 문화생활까지 시원한 쇼핑몰 안에서 논스톱으로 해결하는 것을 선호하게 됐다.
실제로 우기가 있는 동남아는 한 번에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복합쇼핑몰이 발달했다. 우리나라 대형 쇼핑몰보다 훨씬 큰 대형 쇼핑몰이 즐비하다. 방콕 아이콘시암은 2조원 이상이 투입됐다. 우리나라 스타필드 수원 총 투자비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우리나라 쇼핑몰이 현지에서 큰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하노이는 올해 1월 베트남 진출 이후 초단기로 1000억원 매출을 달성한데 이어, 이후 5개월 만인 지난달 누적 매출 기준 2000억원을 넘어섰다. 롯데백화점은 제2의 롯데몰 웨스트레이크하노이 건설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쇼핑몰도 점차 복합쇼핑몰으로 변신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형마트 3사(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다. 이마트 죽전점은 지하 1층 이마트와 일렉트로마트의 1차 리뉴얼을 마쳤고, 지상 1, 2층에는 패션, 리빙, 엔터테인먼트, 식음(F&B) 매장이 대거 입점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8월 말에는 도심형 쇼핑마켓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리뉴얼 오픈한 롯데마트 의왕점도 그로서리와 체험형 콘텐츠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1층은 식품과 비식품을 통합한 총 1400평 규모의 원스탑 쇼핑 매장으로 구성했으며, 2층에 있던 생활용품과 완구, 잡화를 1층에 통합했다. 또 뷰티 제품과 위생용품을 한 공간에 모아 고객 쇼핑 동선을 축소했다. 2층은 1300평 규모의 체험형 콘텐츠 몰로 리뉴얼하면서 문화센터를 신규 오픈했다.
홈플러스 가양점에는 로컬 브랜드의 테니스장이 입점했다. 테니스에 관심이 많은 MZ세대와 지역 내 테니스 연습장이 많지 않다는 점에 착안했다. 신도림점에는 지난해 VIP골프아카데미가 들어왔다. 백화점에 가지 않고도 테니스와 골프를 몰에서 즐길 수 있는 가성비 몰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처음부터 몰링을 겨냥해 오픈하는 쇼핑몰도 있다. 복합쇼핑몰 퍼블릭가산은 유명 식음료 브랜드와 복합 스포츠 시설, 전시홀 등이 입점할 예정이다. 400여 평 규모의 프리미엄 피트니스센터 브랜드 버핏그라운드와 전시 강연 전문 공간 퍼블릭홀, 디자인 도서관 등이 오픈하면서 다채로운 몰링 공간을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복합쇼핑몰로 가치, 경험 공유 소비를 중요시하는 성향을 지닌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채로운 시설을 계속해서 제공하겠다”며 “쇼핑은 물론 넓은 공간을 통해 산책, 여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쇼핑몰이 앞으로 꾸준히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