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사내하청의 위장도급 및 불법파견 해당 여부 판단 방법
2025-07-10 문유민 YM노무사사무소 공인 노무사
매일일보 | ‘유연성(flexibility)’이라는 단어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하게 고려해야 하는 단어가 됐다. 실제로 최근 불법파견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내도급 운영 개선 컨설팅’ 과정에서 한 기관의 임원과 미팅 중에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력의 수량적 유연성 확보를 위한 도급은 때때로 ‘간접고용의 확산’,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고착화’라는 부정적인 단어로 치환되기도 한다. 정부는 지난 2022년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전면에 내세웠다. 대법원은 2022년 현대차 및 기아차 사건에서 직접공정뿐만 아니라 간접공정에 대한 불법파견을 인정하는가 하면 같은 해 포스코 사건을 통해 제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생산관리시스템(MES)을 불법파견의 징표로 보기도 했다. 시각 차이에 따라 유연화가 불법으로 해석되기도 하는 것이다. 도급의 불법파견 인정 여부에 대한 관점의 차이는 차치하더라도 직접고용의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형사처벌 등 적법하지 않은 사내도급 운영에 따라 발생하는 법적 리스크는 도급인이 오롯이 떠안게 되므로 최근 경향에 비추어 사내도급을 운영함에 있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하에서는 최근 법원 판결을 중심으로 도급이 위장도급 내지 불법파견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대해 살펴본다. 근본적으로 도급과 근로자파견의 구분은 그 개념의 차이인 ‘일의 완성’에서 시작된다. 도급은 도급인과 수급인 간에 일방이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다(민법 제664조). 즉, 도급계약을 맺은 채 일의 완성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도급인이 사내하청 소속 근로자에 대해 구속력 있는 지시 등을 하는 경우 이는 진정한 의미의 도급이 아닌 것이다. 특히, 근로자파견 판단에는 노동관계법령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실질판단 및 종합고려 원칙’이 적용된다. 일례로 꽤 많은 기업의 담당자들이 도급계약서상에는 도급임이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이야기하는데 법원은 도급계약서라는 형식보다는 실제 도급 운영 현황의 면면을 상세히 살펴보고 이를 종합해 불법파견 여부를 판단하고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법원은 최근 현대제철 냉연강판 생산 지원공정, 현대차 남양연구소 도장업무 등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라는 점을 근로자파견 판단 기준 중 하나인 ‘도급인의 상당한 지휘·명령’을 인정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이와 같은 판결은 도급업무 자체에 내재하는 특성이 위장도급으로 인정될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으므로 불법파견을 피해갈 수 없는 일부 공정에 대해서는 내부화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시사점을 던져 준다. 삼표시멘트 채광공정 및 원료공정, 현대차·기아차 직접공정 및 간접공정, 현대위아 자동차 엔진 조립 업무 등이 문제 된 사건에서 법원은 도급인이 사내하청 소속 현장관리인을 통하여 지시한 경우에도 현장관리인은 “도급인의 지시를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며 상당한 지휘명령을 인정하기도 했다. 명목상 현장관리인이 근로자파견 인정 확률을 낮추는 수단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또 다른 판단기준인 ‘수급인 근로자의 도급인 사업에 대한 실질적 편입’에서 말하는 ‘편입’은 더 이상 ‘한 공간에서 작업’이라는 단순한 의미로 해석되지 않는다. 현대모비스 품질관리 업무에 대해 법원은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이 도급인 소속 근로자들과 한 공간에서 근무하지 않은 점을 인정했지만, 품질관리 업무의 성질상 원청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수반한다는 점을 불법파견 인정근거로 삼았다. 그 밖에 수급업체가 변경됨에도 종전 수급업체 소속 근로자의 고용이 새로운 수급업체로 승계되거나 형식적으로만 수급인이 임대료, 보증보험료 등을 부담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이를 도급비에 반영해 도급인이 부담하게 되는 경우 법원은 수급업체에 대해 도급계약 당사자로서의 적격성을 부정하며 불법파견을 인정한 바 있다.‘고의가 아니었다’는 말은 법 위반이 발생한 기관으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다. 노무사로서 노동현장의 일선을 마주하다 보면 노동법 테두리 안에서 경영의 효율화를 이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의 고심을 십분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불법파견의 판단 기준에 온정이 포함되지는 않는다. 현장을 면밀히 분석해 불법파견 리스크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할 것이다. 탄원보다는 대책을 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