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총량 규제에 은행 주담대금리 줄인상
KB국민 주담대 가산금리 0.13%p·하나은행 우대금리 0.20%p↑ 당국, 은행권에 “무리한 가계대출 확대 억제 위해 철저히 관리”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정부가 뒤늦게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면서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은행들이 가계부채 속도조절에 들어 갔지만 주담대(5년 주기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꾸준히 하락하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나온다.
10일 은행업계 등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대체로 주담대 금리를 올리거나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감면금리(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이다. 대출 금리는 은행의 조달 비용을 반영한 기준금리에 대출자별 가산금리를 더한 뒤 거래 실적 등에 따른 우대금리를 빼서 산정한다.
KB국민은행은 7일부터 주담대 가산금리를 0.13%포인트 인상했다. 하나은행은 1일부터 혼합형 및 주기형 주담대 신규 상품의 감면 금리 폭을 최대 0.20%포인트 축소해 적용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주담대 금리 인상 검토에 착수했으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시장 상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시중은행이 주담대 금리를 올리거나 인상을 검토하는 이유는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서 찾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15일부터 다음달까지 은행 현장 점검에 나선다. 각 은행의 자체 가계대출 목표 및 관리 실태, 대출 규제 준수 여부 등 가계대출 관리 실태를 들여다 본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행·중소서민금융 담당)은 “은행권은 최근의 과열 분위기에 편승해 무리하게 대출을 확대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 달라”며 “금감원도 각 은행의 가계대출 관리 실태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누르려 하면서도 동시에 대출 규제 시행을 예정보다 뒤로 미루면서 정책 일관성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이달 1일 시행 예정이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9월로 2달 미루기로했다. 규제 시행 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막차’ 수요가 급증한데다 서울 부동산 시장 회복세가 맞물리면서 대출 수요를 들쑤셨다는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정부의 의지와는 반대로 주담대 금리가 내려가는 추세도 관측된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5일 연 3.396%를 기록했다. 2022년 5월 12일(연 3.366%)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린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