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제폭력 2차 피해 방지… “일상 속 인식도 바꿔야”

“피해자다움 강요 하지 않고, 상황에 적극적 개입해야”

2025-07-10     김수현 기자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교제폭력이 발생하는 경우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사법기관과 주변인들이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 기관들 교제폭력의 희생자들에게 ‘피해자 다움’을 강요하지 않고, 주변인들 역시 교제폭력에 대한 인식을 바꿔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조언한다.

교제폭력은 상대방의 의상·일정·인간관계 등에 간섭하는 것을 시작해 점차 상대에게 교묘한 심리조정 행하면서 폭력의 수위를 높여간다. 결국 성폭력·상해·살인 등 잔혹한 형태의 범죄로 발전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법 당국과 주변인들의 초기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경찰이나 검찰 조사 과정에서 교제폭력을 애인 사이에서 일어난 단순한 다툼으로 인식하고 피해자 다움을 강요하거나, 사건 축소 및 합의를 종용하는 등의 2차 피해가 일어나기도 한다. 피해자 다움이란 범죄를 겪은 피해자가 고통과 위축, 불안 등 전형적인 사고와 행동을 기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피해자가 이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할 경우 수사나 재판 등 형사절차에서 종종 피해자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 혹은 의심·사생활 침해 등 2차 피해로 연결돼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다. 박지선 숙명여대 교수는 “실제로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들은 피해를 당한 이후 복합적인 감정을 경험하고 각기 다른 행동이나 반응을 나타낼 수 있다”며 “피해자에게서 특정하고 전형적인 반응을 기대하는 이러한 피해자다움에 기반한 사건 판단은 데이트 폭력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특히 사건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동의 여부와 거부 의사 명확성은 데이트 성폭력 사건에서 수사 근거로 더 중요시되는데, 이러한 증거 외적 요인을 중요시할수록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가족·친구·직장동료 등 주변인들은 교제폭력을 단순한 ‘사랑싸움’ 혹은 사생활 등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황에 개입을 하지 않으려는 소극적인 태도를 지양해야 더 큰 폭력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유정 경북대 부교수는 “대다수의 데이트 폭력은 비밀스럽게 일어나지 않고 1/3 정도는 주변 사람들이 목격하기 때문에 주변인들은 폭력 피해자는 물론 잠재적 피해자 역시 도울 가능성이 있다”며 “단순히 말로서 상황을 주지시키는 것부터 시작해 경찰에 신고하는 것과 피해자와 관련 센터 등에 동행하는 것 등 주변인의 적극적인 행동은 폭력 피해를 줄이고 폭력 발생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