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끊이지 않는 교제폭력··· 하루 평균 214건 접수
교제 폭력 증가세 뚜렷…최근 충격적 사건 잇따라 반의사불벌, 처벌 구멍 지목… 특별법 발의 지속
2025-07-10 권한일 기자, 최한결 기자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교제폭력(데이트폭력) 사건들이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에 적용되는 '반의사 불벌죄'로 인해 구속되는 인원은 극소수에 불과한 가운데 정치권에선 피해자 보호 강화와 가해자 심신미약 감형 등을 막기 위한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10일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제폭력 범죄 신고 건수는 2020년 4만9225건, 2021년 5만7305건, 2022년 7만790건, 2023년 7만7150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경찰에는 총 2만5967건에 달하는 교제폭력 신고가 접수됐다. 이는 하루 평균 214건에 달한다. 교제폭력으로 형사입건된 피의자 수는 2019년 8951명에서 지난해 1만3939명으로 55.7%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5월까지 5763명이나 입건됐다. 이처럼 피해신고와 형사입건이 급증하고 있지만, 5년간 구속된 인원은 전체 검거 인원(5만6079명)의 2.2%인 1242명 그쳤다. 교제폭력 신고 접수 후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명백하게 밝히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 조항이 적용되면서, 과거 또는 현재 친밀한 관계인 가해자들의 구속 확률이 크게 낮아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22년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발생한 '신당역 살인 사건' 이후 스토킹 피해자들이 보복에 대한 공포심으로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면서 그 해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에선 반의사 불벌 조항이 삭제됐다. 반면 여전히 별도의 법이 없는 교제폭력 사건은 폭행·협박 등 일반 형법의 틀에서 사건이 다뤄지고 있다. 앞서 19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교제 폭력에 관한 총 14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경찰과 전문가들은 연인 관계 속에서 가해자가 피해자를 지배와 조종의 대상으로 여기고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불만을 쌓고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는 경우 주로 교제폭력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또 학계 일각에선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정 폭력과 학대 경험 등이 친밀한 이성 관계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교제 폭력을 낳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김도연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장은 "피해자들은 '반의사 불벌죄' 조항 때문에 신고가 어렵고 신고를 하더라도 가해자들이 협박하거나 회유하면 공포심에 법적인 상황을 진행하기 어렵다"며 "그래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계성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해 세부조항을 개정하고 가해자의 회유·협박에 대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 달간 연이어 발생한 거제 교제 폭력 사건과 강남 오피스텔 모녀 살인, 하남 아파트 교제 살인, 광진구 다세대 주택 교제 살인 사건을 비롯해 럭비 국가대표 출신 방송인의 연인 폭행 사건 등으로 인해 교제 폭력은 다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원석 검찰총장은 "교제폭력이 신고·고소에 대한 보복성 범행인 경우,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등 피해자 보호 및 추가 피해 방지에 만전을 기하라"고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제22대 국회 개원 초부터 관련 법안도 발의됐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해운대을)은 교제폭력 가해자의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하거나 반의사불벌 조항이 적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교제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을 지난 5일 대표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