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구명' 녹취 파장···野는 尹 겨냥 '파상공세'

'도이치 주가조작' 공범, 임성근 구명에 'VIP' 거론해 파장 민주 "주가조작범 로비 국정농단"···대통령실 "사실무근"

2025-07-10     이태훈 기자
임성근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로 알려진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 이모씨가 'VIP에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를 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VIP'는 통상 대통령을 지칭하는데, 공교롭게도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야권이 주장한 '김 여사를 매개로 한 윤석열 대통령의 임 전 사단장 구제설'에 힘을 실을 수 있는 녹취록이 공개된 것인데, 야당은 국정농단까지 거론하며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10일 JTBC 보도 등에 따르면 해당 녹음파일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인 이씨가 지난해 8월 9일 지인인 변호사 A씨와 대화한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시점은 채상병이 지난해 7월 19일 경북 예천 수해 현장에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지 3주 뒤다. 임 전 사단장은 해병대 수사단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받았고, 사건 발생 9일 뒤인 7월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이씨는 A씨에게 "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그래서 B씨(제3의 인물)가 전화 왔다. 그래서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얘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씨는 "(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 그래서 내가 못하게 했다"면서 "왜냐하면 아마 내년쯤 발표를 할 것이다. 해병대 별 4개(4성 장군)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씨가 임 전 사단장의 사의 표명을 만류했을 뿐 아니라, 윤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구명 로비를 해주겠다고 약속한 정황으로 보인다. 이씨는 작년 5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전직 해병대 출신 경호처 관계자, 변호사 A씨 등과 함께 임 전 사단장과의 골프 모임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씨와 임 전 사단장 모두 서로를 모른다고 주장 중이다. 이씨는 또 자신이 언급한 VIP가 대통령이나 김 여사가 아닌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의미하는 것이란 입장이다. 이같은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되자 정치권에선 큰 파장이 일었다. 임 전 사단장의 과실치사 혐의 배제와 관련해 앞서 야권이 주장했던 '김 여사 관여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황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2010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2차 작전 시기에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했다고 법원이 판단한 인물이다. 그는 1심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받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야당은 윤 대통령 부부를 향해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녹취록) 보도가 사실이라면 주가조작 공범이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의 창구로 삼았을 대상이 김 여사일 것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라며 "사건의 몸통이 윤 대통령 부부라는 자백이자 스모킹 건"이라고 말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낸 논평에서 "이씨가 말했던 그대로 대통령과 정부가 움직였고, 경찰 수사 역시 불송치로 끝났다"며 "주가조작범의 로비에 의한 국정농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규원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녹취파일 보도로 왜 윤 대통령은 일개 사단장을 구하기 위해 격노하고 동분서주 했는가 하는 국민적 의혹은 의심 단계를 넘어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며 "무자격자에 의한 국정농단 조짐도 다분하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녹취록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은 물론 대통령 부부도 전혀 관련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근거 없는 주장과 무분별한 의혹 보도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