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준 칼럼] 지방의회, 시민의 관심으로만 변화할 수 있습니다
2024-07-11 매일일보
원 구성 파행과 내홍, 의원 간 다툼, 외유와 '갑질' 등 최근 지방의회 관련해서 많은 논란이 공론화되고 있습니다. 지방의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굳이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제가 몸담고 있는 경기도의회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전반기 한 달 넘게 원구성을 못하고 파행했고, 2022년 하반기 추가경정예산 심사가 파행되며 아이들 급식예산 523억, 소상공인을 위한 지역화폐 확대 예산 385억,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121억원 등 민생예산을 위기로 몰아넣었던 전적이 있기에 그저 부끄러울 뿐, 뭐라 드릴 말이 없습니다.
경기도의회의 의원으로 일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뿌듯했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요즘은 부끄러울 때가 더 많습니다. 경기도의회가 청렴도 전국 꼴찌를 기록한 상황에서 대책이라고 나온 것이 '청렴문화 콘서트'라고 이름 붙인 열린음악회라는 해괴한 행사였습니다. 지난 6월 13일에 진행된 경기도의회 제3차 청렴특강은 47명이 참석했다고 서명하며 의원들의 청렴교육 이수율을 올렸다고 선전했지만, 경기도의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해당 청렴특강 사진을 보면 많아야 20명이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일부 의원들이 교육장에 가서 서명만 한 뒤 사라졌기 때문이죠. 저와 제가 속한 조직이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해 '나는 그렇지 않다. 그들과 다르다'라며 외면하거나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지방의회는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많은 언론에서 말하는 것과는 달리 거의 대다수의 의원들은 성실하게 바쁘게 일하고 있습니다. 당장 저만해도 도의회에 출근하기 위해 매일 6시 20분에 집에서 나오고 다시 집에 돌아오면 21시인 삶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지역에서 시민들을 만날 뿐만 아니라 때론 파주로 가서 공릉천을 지키고자 하는 시민들을 만나고, 때론 안산에 가서 이주노동자들을 만납니다. 단언컨대 많은 분의 예상대로 쉬엄쉬엄해서는 시민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우며, 공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각 당 당원들의 지지와 신뢰도 받기 어렵습니다.
'지방의회는 왜 저래?'라는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지방의회의 문제는 시민들의 견제와 감시의 눈이 적다는 것입니다. 656조의 예산을 심사하는 국회에 대한 관심만큼 486조 규모의 예산(세출 기준)을 심사하는 지방의회에 대해 시민 여러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야 합니다. 만약 시민들께서 지방의회의 해외출장에 관심을 가지고 지방의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연수결과보고서를 매번 챙겨보아도 위 기사의 내용처럼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요? 그렇게 못합니다. 매일 주민들을 대면하는 지방의원 특성상 매일 동네에서 욕먹는 것을 감수하면서 그렇게 외유를 다닐 사람은 없을 겁니다.
부탁드립니다. 지방의회를 포기하지 말아주십시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13일간 단식하며 쟁취해 낸 이 지방자치의 성과를 쉽게 놓아주지 마시기를 간청드립니다. 더 나은 지방의회, 시민들의 무관심으론 바뀌지 않습니다. 저도 동료 의원들과 함께 더디지만 반드시 진보할 '지방자치'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