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K-전기차·배터리, ‘품질’로 위기 돌파
비상경영 돌입 배터리3사, 중국 선점 LFP 배터리 생산 맞불 현대차 국내 배터리사와 손잡고 배터리-완성차 생산체계 구축
매일일보 = 이미현 기자 | 국내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가 중국의 저가 제품 공세와 전기차 캐즘에 따른 전기차 수요 둔화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대표들이 위기의 돌파구로 ‘초격차 기술경쟁력’, ‘최고 품질’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선점의 원동력이 된 핵심 부품 저가 LFP 배터리 생산에 본격 돌입하며 반격에 나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중국산 저가 전기차 공세의 맞대응 방안으로 ‘최고의 품질’을 꼽았다. 정 회장은 “우리는 최고의 품질과 제품으로 성능과 원가 측면에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 역시 “배터리 시장의 일시적 성장세 둔화는 새로운 위기”라면서 “2030년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초격차 기술경쟁력을 확실히 확보하자”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도록 품질로 승부수를 띄우겠단 의미다.
이처럼 국내 완성차와 배터리사가 위기의식을 느낀 배경은 중국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위협적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전기차 겸 배터리 제조사 비야디(BYD)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이 회사의 배터리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2위다. 저가형 배터리 LFP를 기반으로 가성비를 내세운 비야디의 전략이 주효했다. 현재 전기차용 LFP 시장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텃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에 맞서 국내 대표 현대차그룹과 배터리3사가 반격할 채비를 갖췄다. 현대차는 경기도 남양연구소에 각형 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신설할 계획이다. 배터리 장비, 소재, 부품 관련 업체와 다각적으로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회사는 이달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아세안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배터리부터 전기차까지 현지 일괄 생산이 가능한 배터리 셀 공장 ‘HLI그린파워’를 인도네시아에 준공했다.
더불어 현대차그룹은 현지 내수 브랜드가 꽉 잡은 중국 전기차 시장 공략에 재도전한다. 그동안 현대차의 중국 시장 부진에 따라 사업 철수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정 회장은 올해 초 현지 소비자 중심 ‘중국 맞춤형 전기차’를 출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들도 전략을 다시 세웠다. 고가 삼원계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한 배터리 제조사 3사가 중국이 선점한 LFP 배터리도 생산하며 맞불을 논다. 다만 중국과 차별화된 고품질 LFP 배터리를 생산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업계에선 처음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1일(현지시간) 르노로부터 첫 대규모 LFP 배터리를 수주에 성공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르노향 LFP는 파우치 배터리 최초로 셀투팩 공정이 적용됐다. 셀투팩 기술은 모듈공정을 거치지 않고 배터리 팩을 조립하는 공정 기술로 최근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첨단 팩 디자인 기술이다. 안전성도 강화됐다.
삼성SDI 역시 주력 제품인 프리미엄급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부터 LFP 배터리 등 볼륨향 제품까지 폭넓은 라인업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SK온도 이르면 2026년부터 LFP 양산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