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실패 책임 서민에 떠넘겨

공기업 부채감축 원가회수 빌미 해마다 인상 추진
"원가 정확한 검증부터 실시해야" 전문가 지적

2015-04-02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공기업 부채 감축 계획의 일환으로 각종 공공요금 인상이 점쳐짐에 따라 정부가 정책 실패의 책임을 서민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지난 2월 정부는 ‘공공기관 중점관리대상 기관의 부채감축계획과 방만경영 정상화 이행계획’을 마련하고, 중점관리대상 공공기관에 대해 각종 자구책을 시행토록 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부채를 줄이기 위한 기관들의 공공요금 인상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그러나 공기업들은 단순히 조직개편, 복지 축소 등으로는 현재의 부채에 대한 금융이자 비용 감당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과잉부채 대상으로 지목된 12개 공공기관이 떠안고 있는 부채는 412조3000억원이며, 이들 기관의 빚 가운데 금융부채는 305조2000억 원에 달한다. 연간 이자로만 7조8092억원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이런 상황을 반영해 실질적인 요금 인상안도 이미 제출된 상태다. 최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3~2017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는 상수도요금을 매년 2.5%가량 올리기로 했다. 수자원공사 측은 사업 구조조정, 자산매각, 원가절감 등의 자구노력으로 오는 2017년까지 줄일 수 있는 부채 규모는 1조428억원에 불과하다며 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한국전력 역시 부채 감축과 원가 회수를 위해 전기요금을 매년 올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도로공사는 통행료 감면을 대폭 축소하고 일부 구간을 유료화하기로 했다.그러나 이 같은 공공요금 인상안 발표를 두고 정부와 공공기관이 정책실패와 방만경영으로 떠안은 부채를 서민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현재 14조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는 수자원공사의 경우 4대강 사업과 아라뱃길 사업 실패에 따른 부채가 9조9213억원에 달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보금자리 사업(15조원), 신도시·택지사업(14조3000억원), 주택임대사업(13조9000억원)으로 지난 정권에서만 43조원이 넘는 빚을 지게 됐다.정부는 LH, 한국전력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수자원공사, 예금보험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7개 공기업에 대해서는 시범적으로 구분회계를 도입해 실패한 정부 정책으로 떠안은 부채와 방만경영으로 발생한 부채를 구분해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 기관의 부채가 정부의 문책 여부와는 관계없이 재정 악화을 유발하고 있는 만큼 요금인상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또 현재 요금 인상의 가장 큰 이유로 제시되고 있는 ‘서비스료가 원가 보상률에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원가 보상률 자체에 대한 공식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허경선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공공기관들은 지난 정부의 공공요금 규제로 들어간 비용에 대해서 충분히 요금으로 회수하지 못해 부채가 늘어났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원가 보상률에 대해서는 기관이 자체적으로 산정하고 있다”며 “기관에서 원가 포함 비용을 과도하게 책정한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원가가 얼마인지 정확한 검증부터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