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라이벌’ 김동관·정기선, 승계 작업은

한화 김동관·HD현대 정기선, 해양 솔루션 경쟁 김동관, 한화에너지 힘입어 (주)한화 의결권 13% 정기선, 자사주 6% 그쳐…상속·매입 자금 확보

2025-07-11     이상래 기자
김동관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한화그룹과 HD현대가 친환경 해양 솔루션 사업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사의 신성장 동력 부문인 해양 사업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사실상 그룹 후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두 사람은 미래 먹거리 발굴과 안정적 승계 작업이라는 과제가 놓여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부회장이 각각 지주사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한화에너지의 (주)한화 공개매수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주사 의결권 지분을 높이고, 정 부회장은 최근 꾸준히 HD현대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두 사람은 그룹 지배력 확대라는 공통된 과제뿐만 아니라 해양 부문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점도 일치한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한화오션 인수를 주도해 해양 부문을 한화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키워냈다. 김 부회장은 직접 올 초 다보스포럼(WEF)에서 한화의 해양 탈탄소 비전을 발표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김 부회장은 “한화가 업계 최초로 개발하는 ‘무탄소 추진 가스운반선’은 글로벌 탈탄소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부회장도 일찌감치 그룹에서 조선부문을 맡으며 해양 사업 확장의 기반을 닦았다. 특히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해양 사업 비전인 ‘오션 트렌스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CES2023)에서 “글로벌 에너지 위기와 기후 변화 등 인류에게 닥친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바다가 품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슷한 경영 행보를 걷는 두 사람은 또래 친구다. 김 부회장이 1983년생, 정 부회장이 1982년생이다. 이들의 각별한 인연은 아버지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서울장충초등학교 동창 친구다. 사적으로 각별하지만 사업에서는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수주전을 두고 한화그룹과 HD현대는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함정 자존심 싸움은 해외로까지 뻗어나간다. 미국 함정 유지보수(MRO) 사업 진출에 한화와 HD현대 모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신호탄은 HD현대에서 먼저 쏘아 올렸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국내 최초로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협약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향후 5년간 미국 해상 수송사령부 소속의 지원함 뿐 아니라 미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전투함에 대한 MRO 사업 입찰 참여 자격을 확보하게 됐다. 한화오션도 지난 4월 MSRA를 신청하고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과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1억달러(약 1380억원) 인수에 나선 만큼 미 함정 MRO 사업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해양 사업 부문에서 경영 행보가 많이 겹치지만, 승계 작업 진행 과정은 사뭇 다르다. 김 부회장의 경우 승계 작업이 상당히 진척이 된 상황인 반면, 정 부회장은 아직 그룹 지배력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김 부회장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그룹 지주사 (주)한화 지분을 4.91%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김 부회장이 50%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를 고려하면 상황이 다르다. 한화에너지는 현재 (주)한화 지분을 9.70%에서 공개매수를 통해 17.71%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한화에너지 지분까지 고려하면 (주)한화에 대한 김 부회장의 지배력은 약 13%다. (주)한화 지분 22.65%를 가진 아버지 김 회장의 절반을 넘어선다. 반면, 정 부회장은 꾸준히 자사주 매입을 통해 그룹 지주사 HD현대 지분을 6.04%까지 모았다. 하지만 아버지 정 이사장 HD현대 지분 26.60% 지분에 한참 못 미친다. 심지어 정 부회장은 HD현대 지분 외에 마땅히 다른 HD현대 계열사 지분이 없는 상황이다. 한화그룹의 경우처럼 한화에너지를 통한 우회적인 지배력 확대도 사실상 어렵다. 정 부회장은 그룹 지배력을 높이려면 HD현대 주식을 직접 매수하거나 아버지로부터 지분을 물려받는 수밖에 없다. 상표권 사용료, 계열회사 상장으로 HD현대 배당금을 높여 자금 확보가 절실한 정 부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