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하이트진로, 사활 건 ‘배수의 진’
맥주시장 점유율 감소에 지난해 실적 ‘역신장’
주력제품 리뉴얼·조직개편 등 타계책 효과 미지수
2014-04-02 최원석 기자
[매일일보 최원석 기자] 최근 하이트진로가 국내 최대 주류업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시선이 모아진다.2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실적의 역신장, 점점 떨어지고 있는 맥주시장 점유율 등 여러 악재로 인해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하이트진로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610억원으로 전년 대비 3.6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 1조8974억원, 당기순이익 791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6.74%, 23.55% 떨어졌다.이 같은 하이트진로의 실적 악화 배경에는 맥주시장에서의 부진이 있다.
2012년 말, 하이트진로는 15년간 지켜왔던 맥주시장 수위자리를 오비맥주에 내어줬다. 이후 점유율이 계속해서 떨어져 현재 오비맥주에 6:4의 비율로 밀려나 있다.
2009년 야심차게 출시한 ‘드라이피니시 d’ 또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이에 하이트진로는 이번 달부터 자사의 주력제품인 ‘하이트’를 전면 리뉴얼한 ‘뉴 하이트’를 선보이며 국면전환에 나섰다.하이트진로 측이 “이름 빼곤 다 바꿨다”고 말할 만큼 상표 디자인부터 제조공정까지 전 부문에 걸쳐 신제품 수준으로 리뉴얼을 단행했다.이 같은 공격적인 리뉴얼에는 오는 6월, 4년에 한번 돌아오는 맥주업계의 ‘대목’ 월드컵에서 판도를 뒤집어 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하이트진로가 근시일내에 맥주시장 선두를 탈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글로벌 주류업체인 AB인베브는 지난 1일 오비맥주의 재편입 절차를 완료했다. 이를 통해 오비맥주는 AB인베브의 막강한 자금력과 노하우를 등에 업고 시장 수성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여기에 롯데가 이번 달 맥주 출시를 앞두고 있다. 롯데가 이번에 출시하는 맥주는 공장을 풀가동 하더라도 전체 맥주시장의 2%가량에 불과하지만 ‘유통공룡’ 롯데가 가지고 있는 자금력과 유통망의 잠재력은 충분히 위협적이다.최근 수입맥주와 하우스맥주를 찾는 소비자 경향이 커지고 있는 점도 하이트진로에게는 악재다.이에 하이트진로는 위기 탈출을 위한 ‘배수의 진’을 쳤다.지난달 21일 하이트진로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대표이사직을 스스로 사임했다.일신상의 이유와 전문 경영인 체제 구축이 사임의 배경이라고 하이트진로 측은 설명했지만 박 회장이 국면전환을 위한 반격을 준비하고자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하이트진로는 지난 1월 대대적인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본사 조직에서는 전체 조직 수를 축소해 업무 추진 기반 효율성을 제고하는 한편, 신사업 개발 조직을 추가로 신설했다.또한 영업 조직에서는 총 10개였던 권역을 5개로 줄이고 합쳐져 있던 도매, 특판 영업 지휘체계를 분리하며 특판 영업을 강화했다. 도매상 위주의 영업 전략에서 소비자와 직접 마주하는 주점·음식점 등의 특판을 강화하고 나선 것.업계 한 관계자는 “이 같은 하이트진로의 노력이 효과를 발휘할 지는 미지수”라며 “시장상황이 하이트진로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조선맥주부터 이어온 하이트진로의 노하우와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이어 이 관계자는 “국면전환에 성공하기 위해 하이트진로는 주류업계의 대목인 올해를 재도약하는 발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