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株 부활 날개짓...PF 불확실성에 중소형사는 우려 여전

밸류업·금리인하 기대감에 상승세…줄줄이 52주 신고가 중소형 증권사 주가는 요지부동…밸류업 훈풍도 미반영

2024-07-14     이광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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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올 상반기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로 꼽히는 금융·보험주에 비해 수익률이 부진했던 증권주들이 최근 반등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업 ‘밸류업 패키지’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데다 금리 인하 국면에선 주식 거래대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국내 증권주가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에 대한 기대감에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다만 증권사 규모별로 밸류업 여력에서 차이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증권지수는 최근 한 달간(6월10일~7월9일) 8.08%(701.33→757.97) 올랐다. 이 기간 거래소가 산출하는 'KRX 업종지수' 중 여섯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최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밸류업을 통한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을 제시했는데, 여기에는 밸류업 기업에 대한 법인세·배당소득세 감면과 상속세 완화 등 세제 혜택안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향후 주주환원 확대가 예상되는 증권사의 주가 상승 모멘텀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5월 주요 증권사 가운데 처음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키움증권은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최근 키움증권 주가는 14만원대로 올 들어 40%가량 올랐다. 키움증권은 향후 3년 동안 주주환원율 30% 이상,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외 한화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유진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현대차증권, 삼성증권 등도 들썩인다. 밸류업 프로그램과 기준금리 인하로 증시 거래대금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밸류업 정책이 본격화하고 대형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오를 경우 기업 등 주요 법인 고객 주식 위탁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 금리 인하 국면에선 예금 등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인 주식 시장으로 자금 유입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과 금리 인하 시기가 다가오며 거래대금 및 증권사 트레이딩 손익의 양호한 흐름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메리츠증권은 증권 업종 내 최선호주로 삼성증권, 키움증권을 꼽는다. 거래대금이 늘어나면 위탁매매 비중이 높은 삼성증권과 키움증권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주환원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고 봤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도 “금리 인하 국면에선 증권주의 밸류업 수혜가 다른 업종보다 클 것”이라 분석했다. 최선호주는 삼성증권이다. 역시 위탁매매 비중이 높아 기준금리 인하 수혜가 클 것이라는 진단이다. 35%대 높은 주주환원율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기대감을 키운다. 증권가에서 내놓은 삼성증권 평균 목표주가는 약 4만9000원이다. 현 주가보다 35% 더 오를 수 있단 의미다. 대형 증권사는 하반기 밸류업 계획 발표와 공시에 속도를 낸다. 메리츠금융지주가 지난 7월 4일 당기순이익 50% 이상을 주주환원하기로 한 내용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데 이어 미래에셋증권은 이르면 올 3분기 중 주주환원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진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 등 다른 대형사도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증권업종의 수혜가 기대되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밸류업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점도 사실이다. 이들은 특히 여전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으로, 대형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여력 또한 적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소형 증권사들의 실적 및 주가 회복에 대해선 의문을 표하고 있다. 부동산 PF 환경 저하로 훼손된 수익창출력이 대형사 대비 상대적으로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신용평가사들은 자기자본 3조 원 미만의 중소형 증권사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SK증권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강등했다. 나신평은 다올투자증권의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으며, 한신평은 케이프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특히 부동산 PF 및 해외 부동산펀드 관련 불확실성이 중소형 증권사들의 실적에 여전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금융 사업을 통해 급히 성장시켰지만, 시장이 급격한 침체에 빠지면서 신규 딜이 줄고 리스크 부담만 떠안게 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부동산 PF 리스크가 비교적 덜한 대형 증권사의 경우 올 2분기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컨센서스가 제시된 5개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키움)의 경우 올해 2분기 순이익이 1조원에 육박할 거란 전망이다. 윤재성 나신평 수석연구원은 "증권사 규모별로 실적 개선 수준의 차별화가 나타났다"라며 "중소형사의 경우 브릿지론 등 고위험 부동산 PF 익스포저 중심으로 건전성 저하 여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