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방통위원장 청문회 비용 2년 만에 전임 정부 초과

국회 탄핵 추진 후 방통위원장 '꼼수 사퇴' 반복 영향 野 "尹, 방송 장악 혈안에 위원장 일회용품 취급" 성토

2024-07-14     이설아 기자
이진숙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비용만 1억4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문재인 정부 5년간의 총 비용을 초과한 것이다.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이 각각 3개월, 6개월 만에 조기 사퇴하고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비용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윤 정부 들어 방통위가 인사청문회 준비에 소요한 비용은 지난 11일 기준 1억3911만원이었다. 지난해 7월 지명한 이동관 전 위원장 청문회 준비에 총 6097만원을 썼고, 같은 해 12월 지명된 김홍일 전 위원장 청문회에는 5016만원을 썼다. 현재 이진숙 후보자의 청문회 준비에는 2798만원을 투입했으며, 최종적으로 전임 위원장들과 비슷한 5000만~6000만원 정도의 예산을 소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 당시 방통위가 5년간 1억806만원을 사용한 것과 비교할 때 더 적은 기간 더 많은 금액을 소요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방통위는 이효성 전 위원장 청문회에 4938만원, 한상혁 전 위원장 첫 지명에 4803만원, 연임 당시 1065만원을 썼다.

개별 청문회 비용에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윤 정부에서의 높은 청문회 준비 비용은 방통위원장이 몇 개월 단위로 교체 지명된 영향이 크기 때문으로 설명된다. 이동관 전 위원장의 재임 기간은 98일, 김홍일 전 위원장은 186일에 불과하다. 

두 사람 모두 야당 주도로 국회 탄핵소추안이 추진되자 자진 사퇴한 바 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즉시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업무 파행을 막기 위한 '꼼수 사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최민희 의원은 "부적격자들의 연쇄 꼼수 사퇴로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방통위원장이라는 고위 공직을 일회용품처럼 취급한 결과 국민 세금까지 허무하게 낭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이 방송장악에 혈안이 됐기 때문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이진숙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윤 정부 들어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 등 강행 시도로 야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5인 상임위원의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는 현재 야권 몫 추천 인사 등이 부재해 4석이 공석 상태다. 만약 윤 대통령이 지명한 이진숙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다시 2인 체제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야당은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설치운영법)' 추진으로 맞서고 있다. 또 이진숙 후보자의 임명 즉시 탄핵 소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시사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직무대행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등 야권 6개 정당 의원들은 지난 11일 서울 상암동 MBC광장에서 열린 'MBC 힘내라 콘서트'에 참석해 "공영방송을 지키는 게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