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카드 극적타결 “아직 불씨남아”
2004-02-28 파이낸셜투데이
희망퇴직 231명 미치지 못하면 정리해고 불가피
외환은행과 외환카드 노조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돼 은행권 최초의 대량 정리해고 사태를 모면했다. 외환은행과 외환카드 노조는 27일 오후부터 밤샘 마라톤 협상을 벌인 끝에 28일 정리해고 없이 희망퇴직을 통해 외환카드 정규직원 662명의 35%에 해당하는 231명을 감축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로써 외환카드 노조는 작년 12월 이후 두 달여 동안 지속된 파업을 이 날짜로 철회했다. 이번 협상에서 외환은행은 당초 54.7%에 달했던 감원 폭을 35%로 낮추고 노조는 은행측의 희망퇴직에 적극 협조하는 선에서 서로 한 발씩 양보,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평가된다. 양측은 가급적 조기에 합의 사항인 희망퇴직 목표(231명)를 맞추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외환은행은 기존 희망퇴직금에 평균 임금 1개월치를 더 얹어주기로 했다. 외환은행은 당초 직급에 따라 기본 평균 임금 10∼14개월치에 1천만∼3천만원을 더한 금액을 희망퇴직금을 주기로 했었다. 이날 낮 12시 현재 희망퇴직을 신청한 외환카드 직원은 2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희망퇴직 목표(231명)를 채우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외환은행 홍보관계자는 "개개인에게 통보된 정리해고는 여전히 유효하고 희망퇴직 신청이 231명에 미치지 못하면 정리해고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밝히고 "그러나 노조가 적극 협력한다면 목표를 채우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은행측이 노조 파업 장기화에 따른 대외 이미지 실추와 여론 악화로 이어지자 당초 감축선인 40%에서 35%로 낮췄고 노조도 전원 대량해고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사측에게 한발 물러선 것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은행측은 노조측에 굴복하지 않고 구조조정을 실시했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었고 노조는 조합원에 대한 해고를 막아내고 감원쪽으로 절충했다는 실리를 챙겼다"고 말했다. 한편 외환은행은 지난 27일 오전 희망퇴직 신청을 거부하는 외환카드 직원 161명에대해 정리해고 대상임을 통보하고 노조측과 막판교섭을 벌여왔다. 특히 협상 결렬을 선언했던 양측이 이날 오후 10시께에 전격적으로 추가 협상에 착수하면서 극적 타결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점쳐졌다.사측이 협상 재개를 전후해 당초 전날 자정까지던 희망퇴직 신청 시한을 하루 더 연기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측 관계자는 "전날 자정까지 인터넷 등을 통해 접수된 희망퇴직 신청자는 200여명에 달했다" 며"28일 오전들어 수명이 추가로 더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로버트 팰로 외환은행장 등 외환은행 경영진은 외환카드사 적자를 메우고 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해선 카드사 정규직원 가운데 약 40% 가량의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태도를 고수해왔다. 지난해 외환카드의 적자는 약 1조 4천억원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외환카드 처리 과정을 지켜볼 때, 외환은행과 그 대주주인 론스타펀드는 얻은 것보다 잃은 것도 많다는 분석이다. 론스타의 인력 구조조정안에 반기를 들고 외환카드 노조가 장기간 파업을 단행하면서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유형무형의 막대한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밤 외환카드가 전격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하면서 사실상 외환카드의 이미지는 밑바닥으로 추락했다. 이미 외환카드는 지난 1월 13일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일부 가맹점들이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해 신뢰도가 크게 나빠졌다. 여기에 지리한 파업을 계속하게 되면서 고객들이 외환카드에서 떨어져 나갔고, 일부 가맹점에서는 카드결제 거부사태가 일어났으며, 연체회수율이 다사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론스타가 이렇게 피해를 무릅쓰면서까지 구조조정을 강행하는 데에는 단기 투기성 펀드의 속성 때문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