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의료용 마약 단속 ‘한계’… 검사·재활 초점 둬야
지난해 10대 펜타닐 패치 처방 2424건 다크웹서 은밀히 유통, 적발 어려워
2025-07-15 김승현 기자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무분별한 의료용 마약류 처방이 늘며 기존 단속 시스템이 한계를 드러내는 가운데 검사와 재활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5일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진통제로 쓰이나 중독성이 강한 펜타닐의 상반기 온라인 불법 판매 적발은 202건이다. 이는 작년 1년(62건) 동안 적발된 건수의 3.2배에 달하는 수치다. 원칙상 의료용 마약류 진통제는 만 18세 이상 환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 현실에서 지난해 10대에 대한 펜타닐 패치를 처방 건수는 2424건이며 처방량(매수)은 3398매다. 펜타닐을 비롯한 의료용 마약류 대부분은 병·의원에서 처방 후 다크웹 등에서 불법 유통된다. 다크웹은 접속 허가가 필요한 네트워크나 특정 소프트웨어로만 접속할 수 있다. 구매자와 판매자 대부분 이러한 사이트에서 은어를 사용해 거래하고 있어 적발이 어렵다. 식약처나 경찰이 이를 찾아내기 어렵고 곧바로 차단되지도 않는다. 실제 지난 1월부터 6월 사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해당 공문(식약처 등 차단 요청)을 접수한 뒤 심의·의결을 거쳐 사이트를 차단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86일이다. 이에 검찰은 지난 2월 마약범죄 특별수사팀 설치 및 운영에 나섰다. 마악류 범죄 확산 원인을 △해외직구 및 다크웹 등을 이용한 비대면 마약거래 활성화 △국제 마약조직 및 외국인을 통한 마약류 국내 유입 증가 △의료용 마약류 불법유통으로 특정했다. 이를 통해 유의미한 단속 성과를 거두기도 했으나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은 물품이 많아 수사에 한계가 있다. UN 마약위원회에 따르면 신종 마약류 수는 2009년 166종에서 2021년 1127종으로 늘었다. 실제 펜타닐과 화학 구조가 조금 다른 ‘3-페닐프로파노일펜타닐’과 ‘4-플루오로부티르펜타닐’은 법망을 피하고자 기존 마약류 성분을 일부 변형한 것이다. 지난 8일 식약처는 전문의약품 ‘에토미데이트’를 의료용 마약류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에토미데이트는 제2의 프로포폴로도 불리는 전신마취제다.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에토미데이트는 내성 및 신체적 의존성이 의료용 마약류로 지정할 만큼 높지 않았다. 중독성 없는 약을 의료용 마약류로 분류하면 사용에 제약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마약류 지정에 대한 전문가별 이견이 존재했다. 다만 에토미데이트를 환자에게 무분별하게 처방한 의사가 검찰에 송치된 사례가 있다. 50대 의사 A는 2019년 9월부터 4년간 병원을 찾은 환자 75명에게 회당 10~20만원을 받고 하루 56회 에토미데이트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8291회에 걸쳐 투약한 양은 4만4122mL로 알려졌으며 금액은 12억5410만원에 달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에토미데이트 관련 추가적인 자료조사 및 의견조회를 시행할 예정”이라며 “전문가 심의위원회에서 마약류 지정 여부를 다시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마약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새롭게 지정할 유사체 물질이 있는지 확인하는 중”이라며 “임시 마약류 관리를 위해 UN 관련 조직과도 국제공조에 나섰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등과 협업해 위법 사례를 집중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라며 “정신질환자 보험 가입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보험업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상품 개발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단속만으로는 의료용 마약 오남용 방지가 어려운 만큼 제도적 장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백형의 을지대학교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중독자를 위한 치료·보호 기관을 늘리고 재활을 돕는 기관도 확보해야 한다”며 “이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 확대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지역사회와의 협조도 필요하며 관련 기관에서 일할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며 “다양한 인력에 대한 역량 강화로 중독자 치료와 재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욱 중독회복연대 수석활동가는 “현재 약물 남용 구제는 형사입법을 중심으로 해 이들이 낙오자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쌓여 회복을 방해하고 있다”며 “치료와 재활에 대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의료진과 예산 확보를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