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국토부·한국은행, 양치기 소년은 누구?
2025-07-16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를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두고 금리를 결정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상반된 의견을 내고 있다.
“(집값) 추세적으로 상승 전환하는 것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박 장관의 말이다. “5월보다 (가계부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졌기 때문에 유심히 보고 있다” 이 총재의 말이다. 먼저 박 장관의 말을 살펴보자. 우리나라 경제·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인구 문제가 집값을 급격히 올릴 힘이 없기 때문에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기는 어렵다. 내년부터 3기 신도시 등 상당한 물량의 주택공급이 예정돼 상승세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는 일시적인 것이고, 과거 어느 정부 때처럼 몇 년간 오르는 상황이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라 했다. 박 장관의 발언이 틀린 것은 아니다. 2015~2021년까지 과도한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여전히 남아있다. 경기도 좋지 않으며 소득이 집값 상승을 따라오지 못해 상승여력이 예전만 못한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가 경기도로 번지는 이유는 실수요자들의 불안한 마음 때문이다. 지난 정부 집값 상승을 지켜보면서 느낀 상대적 박탈감이 되살아나면서, 폭등이 오기 전에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조급함이 거래량 증가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 장관의 발언만 보면 마치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기다리면 안정이 될 것 같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안정을 찾을 수 있지만, 문제는 상승 속도가 너무 빨라 불안한 실수요자들의 마음을 정부가 전혀 달래지 못하는데 있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종합부동산세 폐지 공수표를 날려 집 사라는 시그널을 줬고, 별 것도 아닌 공공분양 사전청약을 전격 폐지해 공급불안을 자초했다. 또 계획대로 시행하는 것이 나았을 스트레스DSR 2단계 시행을 갑자기 2달 연기해 집값을 잡을 의지가 없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집을 사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현 정부는 집값 안정화할 의지가 없고, 오히려 집값을 올리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집값을 올리고 싶은 정부는 없지만, 이미 신뢰를 잃어버린 박 장관의 말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이 총재는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어,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등이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또 금리인하의 시점에 대한 잘못된 시그널로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최근 집값 상승을 가볍게 볼 수 없으며 금리를 내릴 경우 부동산 매수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서울·수도권 일부 지역 집값 상승의 속도는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다. 결국 신뢰를 잃어버린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불안감으로 작동되면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공급부족·전세상승·분양가상승이 마치 큰 위기처럼 다가와 매수를 부추기고 있다. 박 장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나 불안심리를 달래지 못하고 집값 잡을 의지가 없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고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이 총재처럼 집값 상승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고 정책결정을 고민하고 있다는 구두개입이라도 해야 한다. 섣부른 시장개입은 또 다른 왜곡을 불러올 수 있지만, 그렇다고 문제를 문제가 아니라고 방치하는 것도 최선은 아니다. 정책방향의 급선회보다는 신뢰를 얻는 것이 급선무다. 내년 3기 신도시의 물량이 언제·어디서·얼마나 나오는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알려야 한다. 또 9월 예정된 스트레스DSR 2단계는 차질 없이 진행해 집값 상승이 선을 넘을 경우 강한 규제를 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골든 타임을 놓쳐 버리면 호미로 막을 문제를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