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가구업계 맞불 경쟁

시장 절반 이상 경쟁력 약한 군소업체…중견업체도 잇단 좌초
대형 매장·프리미엄 서비스 차별화…사명변경 등 ‘쇄신 바람’

2015-04-03     권희진 기자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장기화된 건설 경기 침체와 함께 가구공룡 ‘이케아’의 한국 상륙이 임박하면서 사면초가에 몰린 가구업계가 반등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2008년 10조원 규모였던 국내 가구시장은 지난해 7조원으로 현격히 줄었다. 이마저도 70%는 군소업체들이어서 위기 대응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년 째 건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중견가구업체들은 줄줄이 연쇄 부도 사태에 직면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지난 2011년 우아미가구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건설사 가구 분야에 강점을 지녀온 파로마와 파셰도 지난해 문을 닫았다. 또 가구업계 3위인 보루네오는 2012년 2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며 지난해 상반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모두 건설 경기 불황에 따른 직격탄이었다.이런 상황에 이케아의 등장은 국내 가구시장의 치명적인 위기일 수밖에 없다.고작 7조원에 달하는 국내 가구 시장 규모에 비해 이케아는 연 매출만 40조원을 넘어설 정도의 거대 규모를 자랑하기 때문이다.일각에서는 국내 가구업체 상당수가 영세한 중소규모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케아의 진출로 국내 가구 시장이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서울의 한 영세 가구업체 관계자는 “건재한 기업들도 쓰러지는 판에 우리 같은 영세업체들의 내일을 어떻게 장담 하겠느냐”며 “그나마도 대형 가구 업체들의 경우 명맥을 유지하겠지만 가격경쟁력으로 승부를 보려는 중소 업체들은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가구업체들이 연일 반발 수위를 높여가며 해당 지자체와 이케아 측에 상생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뾰족한 묘수는 없어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이런 가운데 대형가구업체들은 대응 마련에 전력투구하며 승부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지난해 연간 매출 1조원을 달성한 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은 오는 2020년까지 전국적으로 플래그숍 매장을 20개까지 늘리고, 상품 전시 위주의 매장 구성 방식을 인테리어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최근 선언했다.지난 달 서울 목동에 문을 연 지상 6층 규모의 대형 플래그숍 매장도 이케아 1호가 들어설 광명점과 직선거리로 불과 10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만큼 맞불 경쟁을 벌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가구업계 2위인 리바트도 지난달에만 서울 중곡동과 도곡동에 2개의 대형 매장을 잇따라 마련했다. 이 회사는 최근 ‘현대리바트’로 사명을 변경해 앞으로 고객 신뢰도와 함께 브랜드 인지도 제고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된 만큼 바뀐 간판이 매출 견인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브랜드 입지가 더욱 공고해진 리바트는 모든 가구부문에서 맞춤 제작 주문을 강화하고 리모델링 수요 증가를 고려해 향후 대형 매장을 10개 추가 출점할 계획이다.까사미아와 에넥스는 신규브랜드 론칭과 제휴브랜드 입점으로 이케아와의 차별화에 나선다.까사미아는 최근 이케아에 대응할 브랜드로 가격경쟁력이 높고, 이케아의 상징인 ‘DIY(do it yourself)’ 제품도 다수 포함된 ‘데일리 까사미아’를 론칭했다.이와 함께 까사미아는 기존 판매하던 제품 사양을 전면적으로 개선, 고객 사후처리 해결 기간을 3일로 단축하는 등 고객 서비스 강화해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에넥스는 최근 미국 내 6년 연속 매출 1위를 자랑하는 가구 브랜드를 전략적으로 들여와 소비자를 공략할 방침이다.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안심 배송을 위해 담당 기사 이력제를 실시하는 등 안방을 사수하기 위한 토종 가구업체들의 대응 전략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대형화를 통한 이들의 ‘맞불 작전’이 명맥을 유지하는데 기여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