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신문고]재계 오랜 숙원 "배임죄 폐지해야"
'검사출신' 이복현 금감원장, 배임죄 문제의식 드러내 이목 재계, 배임죄 폐지와 이사 충실의무확대 함께 추진은 반대 "경영판단 존중의 원칙, 세부 가이드라인 등 개선 급선무"
2025-07-16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배임죄 폐지를 맞교환 대상으로 제시했든 아니든, 검사 출신이 폐지론을 언급한 것 자체가 이 법의 문제점을 되짚어 보게 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배임죄 폐지론'을 꺼낸 데 대한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 과거 이 원장은 대기업 총수들을 직접 배임죄로 기소하는 등 '배임죄 전문' 검사로 통했다. 이 원장은 지난달 14일 상법 개정 이슈 관련 브리핑에서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업무상 배임 등으로 기소했던 검사 시절과 입장이 달라진 것이냐"란 질문에 "당시에도 배임죄의 모호성과 과도한 처벌 수위에 대한 문제의식이 많았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 원장의 배임죄 폐지론이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까지 확장하려는 정부안에 반발하는 재계에 주는 '당근'으로 본다. 그럼에도 이 원장의 배임죄 관련 언급에 주목하는 건 해당 법에 대한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재계에서는 국내 배임죄 기준의 모호성과 높은 처벌 수위 등을 두고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배임죄 폐지가 상법 개정 등과의 '교환 대상'이 아니며, 폐지 또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배임(背任)이란 타인(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에 위반하는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 배임죄는 기업인의 경영판단으로 발생한 회사의 재산상 손해에 대해 광범위하게 처벌할 수 있어 기업인들에게 '악법'으로 지목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배임죄를 과도하게 처벌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형법상 배임죄 및 업무상 배임죄, 상법상 특별배임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배임죄 규정 등 강한 규제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서 특경가법은 형법상 배임죄를 가중처벌하는 역할을 하며, 50억원 이상 범죄에 대한 형량이 5년 이상 무기징역 이하로 살인죄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는 배임을 민사상 손해배상의 문제로 본다. 배임을 형사처벌하는 국가는 우리나라 외 독일과 일본 정도다. 일본의 경우 고의성이 입증된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도록 요건을 명확히 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 경영자들은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 빠른 결정 등 여러 부담감이 존재하는데 여기에다 배임죄 부담까지 안고 있다"며 "한국은 경영 실패조차도 무분별하게 배임죄로 단죄하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전했다. 단 배임죄 폐지는 현실화 가능성이 낮아 '개선'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배임죄 이슈는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추진과 상관없이 경제계에서 오래전부터 지적해온 사안"이라며 "우리나라는 기업인이 어떠한 경영판단을 했을 때 결과적으로 실패하면 주주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문제 제기를 넘어 형사처벌까지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국과 같이 '경영판단 존중의 원칙'을 국내 명문화하고 배임죄 세부 가이드라인 등 명확한 기준을 만드는 등 개선 작업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