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력 블랙홀 'AI'…전력망 확충 시급

AI 확산에 데이터센터 등 전력수요 급증 추세 밀양 고압송전탑 이후 송배전망 확충 지지부진 CJ라이브시티, 전력 공급 불가 등 악재 겹쳐 무산

2024-07-16     최은서 기자
밀양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이른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공지능(AI)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전력망 확충 문제가 대두하고 있다. AI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등이 소비하는 전력량이 막대한 반면 전력망 부족을 해결할 송배전망 건설 등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AI,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전력망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16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9년까지 건설을 요청한 데이터센터의 전력 용량은 총 4만9397MW로, 이 경우 1000MW(1GW)급 발전기 53기를 추가 건설해야 한다. 더욱이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 대비 6배에 달하는 전력을 소비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26년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 소비량이 최대 1050TWh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22년 국내 전체 전력 사용량(568TWh)의 2배에 이르는 수치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을 통해 AI의 영향으로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가 2030년에는 2023년 수요의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반도체 산업 확대와 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는 데이터센터 등을 고려한 추가 필요 전력은 2038년 16.7GW로 집계됐다.이에 따라 필요한 총 신규 설비는 10.6GW로 추산됐다.  실제 용인 첨단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에는 삼성전자가 팹 6기, SK하이닉스가 팹 4기를 구축할 계획으로, 10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원자력 발전소 10대 용량과 맞먹는다. 이처럼 기술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는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전력 인프라 확장 속도가 더뎌 불안한 전력 공급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에너지 발전량 대비 송배전망이 부족하지만 시민단체와 지역 사회의 반발 등으로 신규 건설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2008년 밀양 고압송전탑 사건 이후 환경단체와 주민을 비롯한 지역사회 반발, 지자체 비협조 등으로 국내 송배전망 건설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실제 '500kV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345㎸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345kV 신시흥-신송도 송전선로', '345kV 신장성 변전소’ 등이 이같은 갈등을 겪으며 준공 시점이 당초 계획보다 수년 뒤로 미뤄졌다.  2022년 기준으로 국내 전력 소비량 1위인 서울의 전력 자급률은 8.9%로 10%에도 못미친다. 경기도 역시 60.1%에 그친다. 수도권의 전력사용량은 전력자급률이 높은 지역에서 송전된 전력으로 충당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향후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 현재의 송·배전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 전기를 제 때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력공급 계획 차질 등으로 개발이 백지화된 사업도 발생했다. 경기도 고양에 추진 중이던 K-컬처밸리(CJ라이브시티) 복합개발사업이 8년만에 좌초한 것이다.  CJ라이브시티는 지난해 한국전력이 아레나를 제외한 부지에 2028년까지 대규모 전력 공급이 불가하다고 통보하면서 공사 진행 차질을 빚었고 경기도청이 완공 기한 연장을 거부하면서 백지화 위기를 맞았다. 결국 경기도가 지난 1일 CJ라이브시티와의 계약을 해지하면서 사업이 무산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전력망은 적기에 확충돼야 한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송·배전망 건설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만큼 대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