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銀 부실채권 3.2조 털었지만…계속 불어나는 신규연체

5대 시중은행 올 들어 부실채권 3조2천억원 상·매각 은행 대출 연체금 11조 돌파...건전성 관리 '발등에불'

2025-07-16     이광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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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고금리·고물가로 내수 부진이 이어지자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5대 은행은 올해 상반기에만 3조2000억원이 넘는 부실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을 통해 장부에서 털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딘 가운데, 코로나19 대출 상환유예 등으로 가려졌던 부실까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은행권 부실 규모는 당분간 확대될 전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상반기 3조2704억원어치 부실채권을 상·매각했다. 올해 상반기 상·매각 규모는 작년 상반기(2조2232억원)의 1.47배 수준일 뿐 아니라, 작년 하반기(3조2312억원)보다도 많았다.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을 '고정 이하' 등급의 부실 채권으로 분류하고 별도 관리하다가,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면 떼인 자산으로 간주한다. 이후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리거나(상각·write-off),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파는(매각) 식으로 처리한다. 상각 대상에는 주로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 채권이 많고, 매각은 주로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5대 은행 상·매각 규모는 2022년 2조3013억원에서 2023년 5조4544억원으로 급증했으며 올해에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대출자가 많아지자,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부실채권 정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일부 은행은 2022년까지만 해도 분기 말에만 상·매각을 해왔으나 지난해부터는 분기 중에도 상·매각을 진행했다. 또한 A은행의 경우 올해 상반기 상·매각 규모가 시계열 자료가 존재하는 2017년 이후 역대 최대 기록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023년 이후 상·매각 규모는 증가하는 추세"라며 "연체 증가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자산건전성 제고를 위한 대손 상·매각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대규모 상·매각 덕에 5대 은행의 6월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한 달 새 다소 낮아졌다. 5대 은행의 대출 연체율 단순 평균(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6월 말 기준 0.31%로 집계됐다. 한 달 전 5월 말의 0.39%보다 0.08%포인트(p) 내렸다. NPL 비율 평균도 한 달 새 0.34%에서 0.29%로 0.05%p 하락했다. 그러나 새로운 부실 채권 증감 추이가 드러나는 신규 연체율(해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전월 말 대출잔액)은 5월 0.10%에서 6월 0.09%로 0.01%p 떨어지는 데 그쳤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5월 연체율이 0.56%까지 뛰는 등 가계(0.31%), 대기업(0.03%)보다 상황이 나빴다. 실제로 1년 전과 비교해봐도 건전성 지표는 악화했다. 지난해 6월 말 5대 은행 연체율과 NPL 비율 평균은 각각 0.28%, 0.24%로 올해 같은 시점보다 각 0.03%p, 0.05%p 낮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연체율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이후 최고 수준"이라며 "고물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내수가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가계·기업의 빚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은행 대출 연체액은 2019년 이후 4년 5개월만에 11조8000억원에 이르는 등 최고치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대출 이자를 제때 상환하지 못한 차주가 그만큼 증가했다는 뜻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말 기준 은행권 대출 규모는 2286조3000억원(2449만480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규모는 2019년말 1674조2000억원, 2020년말 1870조5000억원, 2021년말 2024조1000억원, 2022년말 2119조5000억원, 지난해말 2222조1000억원, 올해 5월말 2286조3000억원 등으로 급속도로 증가 중이다. 아울러 은행 대출 연체 규모는 11조8000억원(36만4900건)으로 2019년말(6조1000억원) 이후 4년 5개월 만에 93.4%나 증가했다. 특히 가계대출 연체금액은 3조9000억원으로 이는 전년 동월(3조3000억원) 대비 17.6% 늘었다. 기업대출의 경우 7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월(5조4000억원)보다 44.9%나 증가했다. 강 의원은 "금융당국은 향후 금리인하 지연과 경기둔화 등으로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을 적극 대비해야 한다"며 "은행 현장점검을 정기적으로 실시해 DSR규제 내실화를 다져야 하고 적극적인 연체채권 정리를 통해 자산건전성을 관리하도록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