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최저임금 1만원 시대…자영업 붕괴 내몬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30원 결정…소상공인 심리적 저항선 돌파 실업자된 자영업자 1년새 20% 늘어…작년 폐업자 100만명 육박

2024-07-17     민경식 기자
지난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30원으로 결정되면서, 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37년만에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리게 됐다.

현장은 혼돈에 빠졌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경제적·심리적 마지노선인 1만원 벽이 무너지면서 자영업의 붕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를 높이고, 정부는 생존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의 고충을 덜고자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내수경기에 의존하는 유통업계의 경우 무인화에 고삐를 죄며 인건비 절감과 수익률 개선에 나서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 최저임금 9860원에서 170원(1.7%) 증가한 것으로, 월급으로 환산하면 209만6270원(주 40시간·월 209시간 근무 기준)이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게 되는데, 노동부는 내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한다. 효력은 내년 1월1일부로 발생한다. 최저임금 인상률 자체는 2021년의 1.5%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낮은 수치지만, 한국 경제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엔데믹 전환에도 고금리·고물가 여파가 이어져 등골이 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한숨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최저임금 변동에 영향을 크게 받는 자영업자들은 수수료, 원부자재, 월세 등 각종 부담이 커진 것에 더해 심리적 마지노선인 최저임금 1만원마저 뚫린 셈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1∼27일 전국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최저임금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4.4%는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 또는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결 답변이 43.4%, 인하 답변이 11%로 집계됐다. 자영업자 48%는 현재의 최저임금(시급 9860원)이 이미 경영에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응답 비중을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62.5%), 숙박·음식점업(61.3%), 도소매업(47.8%), 부동산업(45.5%) 등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시 고용에 끼치는 영향을 묻자 자영업자의 48%는 ‘현재도 고용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최저임금을 1% 이상∼3% 미만 인상 때는 전체 응답자의 9.8%가, 3% 이상∼6% 미만 인상 때는 11.4%가 고용 포기, 직원 정리 등도 염두에 둘 거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현재 사업 부진 등 영향으로 장사를 접은 후 실업자가 된 자영업자들이 1년 새 2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월평균 실업자는 91만8000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보다 6.9% 증가했다. 상반기 실업자 가운데 지난 1년 사이 자영업자였던 사람은 월평균 2만6000명이다. 1년 전(2만1000명)과 비교해 23.1% 올랐는데, 전체 실업자 증가율 대비해서도 3배 이상 높다. 폐업 뒤 구직 활동에 나섰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많아졌다는 해석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사상 최대 폭으로 급증해 무려 10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는 98만6487명으로 집계됐는데,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레 가장 많은 수치다. 국내 주요 경제단체는 최저임금 결정 과정을 비롯해 복합적인 우려를 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한계상황에 직면한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절박함을 고려하면 동결돼야 했지만, 사용자위원으로서 최선을 다하였지만 이를 반영하지 못한 것을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경제인협회는 “1만원이 넘는 최저임금은 소규모 영세기업들과 자영업자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이 될 것"이라며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청년층,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정부도 자생력을 잃어가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두팔을 걷어붙였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영세소상공인 배달료 지원, 채무 조정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 집행현장 긴급 점검에 나섰다. 채무조정 대상을 확대하고, ‘새출발기금 규모’를 40조원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노란우산공제 무이자 대출 미 공제부금 납부유예 인정 사유에 출산을 추가 반영하기도 했다. 의식주와 관련한 소비가 얼어붙으며 불확실성이 커진 유통업계도 인건비 절감에 나서고 있다.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지자 희망퇴직, 사옥이전 등 내실 효율화에 주력하는 한편, AI(인공지능) 등을 접목한 무인화 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늘어난 대출상환도 감당 못하는 데 이어 고물가로 인한 각종 부대 비용이 상승하는 현실에서 최저임금까지 1만원대로 오르게 돼 부담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