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 맞은 국회, 여야 대치로 '냉랭'···우려 쏟아낸 정치 원로들
17일 국회 제헌절 경축식···여야 '네 탓 공방' 계속 鄭 "부끄럽기 짝이 없어" 禹 "헌법정신 못 쓰는 중"
2024-07-17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제76주년 제헌절 경축식이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 속 17일 국회에서 열렸다. 여야는 제헌절 당일에도 정쟁이 난무하는 국회를 서로의 탓으로 돌리는 데 열중했다. 장기화하는 여야 대치 정국을 반영하듯, 이날 경축식에서는 '협치 실종 국회'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빗발쳤다.
국회는 76번째 제헌절인 이날 본관 로텐더홀에서 경축식을 열고 초대 헌법 제정의 의의를 기렸다. 제헌절은 1948년 7월 17일 공포된 대한민국 초대 헌법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국경일이다. 다만 여야의 대치가 최고조에 이른 최근 국회 상황이 반영된 듯, 경축식은 다소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민주당 등 야당이 '채상병 특검법'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문회' 등을 강행 추진하면서 여야 관계가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이날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의 기념사와 우원식 국회의장의 경축사에도 열화와 같은 박수·호응은 나오지 않았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제헌절 당일에도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강하게 비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경축식에 앞서 진행한 '민주당 의회독재 규탄대회'에서 "국회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헌법 정신을 지켜야 하는 곳"이라며 "하지만 지금 국회의 모습은 참담하기만 하다. 거대 야당의 입법 횡포와 독주로 헌법 정신이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윤 대통령 탄핵 청문회, 특검법, 검사 탄핵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은 사법적 적반하장을 넘어 삼권분립과 법치주의 자체를 흔드는 헌정파괴를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수도 없이 반복하고 있다. 국회가 오로지 민주당 아버지 이재명 방탄을 위해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제헌절은 국민 주권과 민주주의의 의미를 깊이 되새기고 이를 함께 기념하는 뜻깊은 날이지만 참담한 심경을 금할 수 없다"며 "헌법정신을 수호하고 국정에 무한 책임져야 할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삼권 분립과 의회민주주의 훼손에 골몰하는 탓"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년 내내 대통령은 거부권과 시행령 통치를 남발했다"며 "입법권에 대한 폭력이자 주권재민을 명시한 헌법정신을 파괴하는 시도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제헌절에까지 여야 관계가 해빙(解氷)에 이르지 못하자, 경축식에선 정치 원로들의 우려 목소리가 빗발쳤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제헌절을 맞이해 헌정회장으로서 마냥 축하만 할 수 없는 착잡한 심정"이라며 "22대 국회가 지난 5월 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됐지만 아직까지 개원식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22대 국회 개원식은 지난 5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채상병 특검법 강행 처리에 반발해 개원식 불참을 선언하면서 무기한 연기됐다. 정 회장은 "헌정사의 산증인인 헌정회원들과 주권자인 국민 앞에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 "오늘날 우리는 선조들이 천명한 제헌의 의미를 제대로 새기고 이를 실천하고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우원식 의장은 과거부터 이어져 온 헌법정신이 우리가 가진 '자산'이라면서도 "오늘 대한민국은 결코 부족하지 않은 그 자산을 제대로 다 쓰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야가 헌법정신 중 하나인 협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