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책 읽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2025-07-17 윤혜준 도서출판 폭스코너 대표
매일일보 | 최근 홍대역 레드로드에서 개최된 ‘2024 글로벌 크리에이터 아트페어’에 내가 운영하는 폭스코너에 참여했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이 행사는 다양한 분야의 로컬 크리에이터를 비롯한 출판사, 아티스트, 기관 등이 모여 공연, 전시,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자리였는데, 이때 북마켓도 펼쳐져 오랜만에 독자들을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홍대 거리가 어딘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핫한 장소로,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곳 아닌가. 당연히 책이 많이 판매될 거라는 기대를 품고 행사에 참여했다. 과연 사람들이, 그것도 10대, 20대로 보이는 청년들이 정말 많았다. 그날 1년 치 사람 구경을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인파로 넘쳐났지만 책 판매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판매 대신 사람들에게 출판사를 홍보했다는 위안과 다른 출판사 대표님들과의 친목 도모가 나름의 수확이라 생각했다. 북페어에 여러 차례 참여해본 나는 꼭 인원수와 책 판매량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면서도 또 한 번의 기대와 실망을 반복한 것이다. 사람들은 왜 책을 읽지 않을까. 최근에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 10명 중 약 6명이 1년에 책을 1권도 안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판사 대표로서 큰 실망을 넘어 암담하기까지 한 결과지만, 책 안 읽는 사람들을 무턱대고 탓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들이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는데, 책보다 몇 배는 즉각적으로 재밌는 영상들이 범람하는 데다 독서 시간의 부족, 그리고 무엇보다책을 읽을 만큼 삶이 여유롭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마냥 사람들만 탓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을 읽는 기쁨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그의 유튜브에서 “영화는 술 같고, 책은 물 같다. 영화는 우리를 뜨겁게 만들어주고, 책은 차갑게 만들어준다. 이성은 차가운 것이다. 교양에 관한 한 영화는 책을 따라갈 수 없다”고 책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디 이동진 평론가뿐이겠는가. 많은 지식인들과 석학들이 독서의 즐거움을 피력했다. 나는 이들이, 물론 전부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독서의 경험을 자양분 삼아 삶을 현명하게 영위해간다고 믿는다. 이번 정부 들어서 도서 지원 정책이 대폭 줄어드는 바람에 작은 출판사를 경영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힘겨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대형 출판사는 사정이 다르겠지만 출판사 대표들 모임에 나가봐도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들린다. 아무리 힘들다고 토로해봐도 없어진 정책이 다시 살아나긴 어려워 보이고 어떻게든 자력으로 살아남아야 할 듯하다. 어떨 때는 오래전 방송되었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같은 독서 권장 프로그램이라도 다시 생기면 책 읽는 문화가 되살아날까 하는 궁여지책도 떠올려본다. 물론 하루에만 수백 권씩 쏟아지는 책 중에 어떤 책만 꼭 집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하면 그러잖아도 베스트셀러에만 쏠리는 현상을 더 부채질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적어도 지금보다는 책을 좀 더 읽었으면 좋겠다. 1년에 2권, 아니 1권이라도. 그래서 성인 10명 중 1년에 책을 1권도 안 읽는 사람이 6명에서 두세 명으로 줄었으면 좋겠다. 내일을 이끌어나갈 MZ세대들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옆구리에 책 한 권씩을 끼고 홍대 거리를 활보했으면 좋겠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