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쓸 돈 없다… ‘불황형 대출’ 눈덩이
카드론·보험약관·자담대, 계속해서 증가세
2025-07-17 최재원 기자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에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이른바 ‘불황형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8개 전업카드사(롯데·현대·신한·삼성·비씨·KB국민·우리·하나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40조5186억원으로 역대 최다였던 4월(39조9644억원) 대비 5542억원 증가했다. 카드론은 은행이 아닌 카드사에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무담보 대출이다. 일반 신용대출과 달리 은행 방문, 담보 및 보증, 서류제출 등 절차가 없고, 별다른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아 ‘급전 대출’로 불린다. 주로 은행 대출이 어려운 서민들이 급전 창구로 많이 이용하는데, 대출 심사가 까다롭지 않은 대신 이자가 높은 편에 속해 불황형 대출로 불린다. 카드론을 갚지 못해 카드론을 빌린 카드사에 다시 대출받는 대환대출 잔액 역시 1조9106억원으로 4월 말(1조8353억원) 대비 늘었다. 작년 동월(1조3417억원)보다는 6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불황형 대출인 보험약관대출의 경우 1분기 말 기준 잔액이 70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9000억원 증가했다. 3개 분기째 역대 최다 수준인 7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동시에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보험약관대출은 금융소비자가 계약한 보험을 해약할 때 받을 수 있는 해약환급금 범위내에서 최대 95%까지 받을 수 있는 대출이다. 가입된 보험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어 별도의 심사 없이 받을 수 있어 불황형 대출 중 하나로 꼽힌다. 자담대 역시 차주가 늘어나는 추세다. 저축은행 업계의 지난 1월 기준 기타담보대출(자담대) 고객 수는 6800여명, 취급금액은 970여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26.7%, 83%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자담대 한도조회 건수 역시 1484만건으로 전년 동기 492만건 대비 무려 201% 급증했다. 자담대의 경우 대출한도가 부족하거나 금리 수준에 부담을 느끼는 대출자에게 대안으로 제시된다. 차량의 자산가치를 담보로 설정하면 신용대출보다 더 나은 조건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불황형 대출의 증가는 서민 경제 어려움이 지속되며 은행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축소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가 해소되기 전까지 불황형 대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서민 경제 어려움이 큰 데다 타업권 대출 축소로 인해 당분간 카드론 등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취약 차주가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환대출 잔액 증가세도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