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영업자 폐업 100만 시대, 재취업 등 지속 가능한 대책 마련을

2025-07-18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박근종

매일일보  |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이 지난 5월말 현재 0.69%로 9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지난해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가 역대 최대인 98만 6,487명으로 100만 명에 육박했다. 재작년보다 11만 9,195명 늘어나 2006년 통계 집계 후 가장 많았다. 

코로나 위기가 한창이던 2020∼2021년에도 80만 명대를 유지하던 폐업자가 100만 명 턱 밑까지 수직 급상승한 것이다. 이는 팬데믹 이후 빚으로 연명해오던 자영업자들이 내수 침체와 고물가, 고금리 장기화를 더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결과다.  지난 7월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국내 은행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대기업을 제외한 전 부문에서 상승했다. 특히 개인 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이 올해 4월 0.61%보다 0.08%포인트 오른 0.69%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11월 0.72%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에 앞선 지난 7월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의 월평균 실업자는 91만 8,000명으로 1년 전보다 6.9% 증가했다. 이 가운데 지난 1년 사이 자영업자로 일했던 실업자는 2만 6,000명으로 23.1%나 급증했다. 자영업자 출신 실업자 증가 폭이 전체 실업자 증가 폭의 3배를 웃돈 것이다. 지난 7월 15일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을 접고 폐업 신고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 6,487명으로 전년 86만 7,292명보다 1년 새 11만 9,195명이나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폐업률은 9.0%로 2016년 11.7% 이후 줄곧 하락하다 8년 만에 상승 전환했다. 폐업률은 가동사업자와 폐업자의 합계 대비 폐업자 수 비율이다. 폐업 사유별로 보면 사업 부진이 48만 2,183명으로 가장 많았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 48만 8,792명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다. 전년도 40만 6,225명과 비교하면 18.7%인 7만 5,958명이나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 폭 증가다.  사업 부진 외에 폐업 사유로는 기타 45만 1,203명, 양도·양수 4만 369건, 법인전환 4,685건 등을 꼽았다. 업종별로는 소매업 폐업이 27만 6,535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비스업 21만 7,821명, 음식업 15만 8,279명 등 내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업종의 타격이 컸다. 부동산임대업 9만 4,330명, 건설업 4만 8,608명 등 지난해 경기가 좋지 않았던 부동산 관련 폐업자도 많았다.

코로나19 이후 내수 부진이 장기화한 데다 인건비와 원재료 가격이 오르고 고금리까지 이어지자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 2분기(6월 말) 고용원 없는 영세 자영업자 이른바 ‘나 홀로 사장님’은 425만 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438만 7,000명보다 3.0%인 13만 4,000명 줄었다. 2015년 10월 14만 4,000명 이후 8년 8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그만큼 한계에 몰린 영세업자들이 무더기로 폐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임금 근로자에서 밀려난 뒤 뛰어든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많은 한국의 구조적 특징 때문에 자영업 출신 실업자들의 어려움이 크다. 이처럼 사업을 이어갈 형편이 안 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닫고자 해도, 폐업 이후를 생각하면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자영업자들의 재취업 기회가 워낙 작은 탓이다. 

이런데다 설상가상(雪加上霜) 내년도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무산되고 최저임금도 시간당 1만 30원으로 37년 만에 처음으로 1만 원대로 올라서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료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장사하기 힘든데 배달·중개 수수료까지 올린다고 아우성들이다. 음식배달업계 1위 배달의민족(배민)이 음식점에 부과하는 배달 중개 수수료를 현재 6.8%에서 3%포인트 오른 9.8%까지 올라간다. 취업이나 실업의 전 단계인 자영업자 폐업이 급증한다는 것이 우리 경제의 최대 난점이자 심각성을 더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소매업이나 음식·숙박 등 진입 장벽 낮은 업종의 폐업 사업자 비중이 9.9%로 폐업률 재상승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정부는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재교육 및 구직 연계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지속 가능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국가역량을 집주(集注)해야 한다.  하지만 자영업 폐업의 수직상승을 막기 위해 과감한 채무조정을 단행하더라도 다음 단계가 다시 문제다. 배달료 등 고정비용 부담 완화가 도움은 되지만 경영 성과를 지속성 있게 담보할 성격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을 그만둔 이유가 ‘일거리가 없어서 또는 사업 부진’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61.6%를 차지한다. 폐업 후 구직 활동에 나섰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자영업자도 1년 새 23% 넘게 늘었다고 한다. 따라서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양질의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일이 우선 되어야 한다.  정부가 지난 7월 3일 하반기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자영업자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에 자영업자들의 재기 지원 방안이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 경영 안정화, 경영 효율화를 실현하려면 현금 지원 같은 임시방편, 단기적 유동성 지원 그 이상이어야 할 것은 의당 마땅하다. 폐업 기로(岐路)에 내몰린 자영업자를 위해 대출 부담을 덜어주고 전기료·배달비 같은 고정비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과포화 상태인 자영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근본 대책이 절실하다.  또한 폐업한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재교육과 구직 연계 프로그램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경영 컨설팅 지원, 디지털 플랫폼 기업과의 상생 유도, 자영업자들의 협업 프로그램 등의 확대도 절실하다. 또 소모적인 갈등을 되풀이하는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바꾸고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화가 가능하도록 제도 전반을 수술해야 한다.  대대적인 자영업 체질 개선 역시 마찬가지로 화급하다. 배달플랫폼에서 배달료와 중개 수수료의 합리적 결정 논의도 서둘러야만 한다. 이와 함께 금융권의 자율적인 협조 속에 옥석을 가리는 구조조정도 중단없이 지속해나가야 할 것이다. 준비 없이 창업과 폐업을 되풀이하는 회전문 창업의 고리를 근본적으로 끊는 데도 정부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