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정부가 고소득층의 세태크 악용을 막기 위해 상당수 서민저축지원제도를 축소 또는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기존 세제혜택을 폐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통계청의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소득 5분위별 저축 현황’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의 저축금액은 총자산의 11.0%로 2010년의 9.7%보다 1.3%포인트(p) 늘어났고 소득 상위 20%의 저축금액은 같은 기간 16.6%에서 20.3%로 3.7%p 확대됐다.이에 정부는 서민 저축 장려 효과가 수치상 고소득층 대비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세테크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해당 제도들을 폐지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일몰을 맞는 세금우대종합저축이 최우선 폐지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그러나 서민·취약계층의 저축 비중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것은 경기 부진과 양극화로 서민층의 저축 여력이 떨어졌기 때문인 만큼, 다른 대안 제시가 필요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부유층의 세테크를 막겠다고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각종 우대 상품을 없앨 경우, 서민금융정책의 목표라 할 수 있는 취약계층의 상품 선택 폭이 줄어들어 금융소외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실제 지난해 12월 국회예산정책처는 ‘가계부문의 소득불평등 완화를 위한 정책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취약계층의 빈곤탈출을 위해서는 단순히 소액대출을 통한 창업뿐이 아니라, 적정 수준의 자산축적을 위한 저축 등의 다양한 금융수단이 필요하다”며 “각종 혜택과 서비스를 통해 이들의 다양한 금융니즈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이어 보고서는 “금융소외현상은 저소득층의 경제적 취약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며 “이 악순환을 막기 위해 EU 등 유럽국가에서는 최근 가능한 한 다수의 경제주체를 제도권 금융시스템에 포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를 서민금융정책의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서민의 경제적 취약성이 증대되지 않는 선에서 금융여력이 있는 경제주체와 취약계층 모두의 금융시장 참여를 모두 늘려나가야 한다는 것이다.정부가 금융상품 과세특례뿐 아니라 전반적인 비과세·감면 제도의 폐지와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정부의 이번 결정이 부족한 세수를 늘리기 위한 정책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부유층은 절세저축 등을 통해 은행 이자를 조금 감면받는 것으로 부를 축적하지 않는다”며 “혜택 폐지 정책에 실질적 영향을 입는 서민층에게 제공할 대출 이외의 금융상품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상황에서 폐지나 축소만을 주장하는 것은 실제 소외계층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처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