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논란 중심 '페달 블랙박스'…의무화 부작용 우려도
정부‧정치권서 페달블박 활성화 방안 속출 완성차업계, 국토부 잇단 권고에도 ‘난색’ “블박 의무화시 무역 분쟁‧중소업계 타격”
2024-07-18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최근 '급발진 주장'이 잇따르면서 '페달 블랙박스(풋캠)' 장착과 관련한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페달 블랙박스 의무화는 부작용이 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정치권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 규명을 위한 방안으로 페달 블랙박스 장착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페달 블랙박스는 페달 부분에 설치하는 영상기록 장치를 뜻한다. 특히 최근 16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사고 이후 페달 블랙박스 설치 의무화 법안이 발의돼 이목을 끈다.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은 이날 차량 급발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자동차 페달 조작 상황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안전을 담당하는 주무 부서인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완성차업계에 페달 블랙박스 설치를 옵션에 포함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제조사들은 국토부 권고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고기록장치(EDR)로 사고 원인 분석이 가능한 점과 자동차 설계 변경 등 제조상 애로, 수익성 하락 등을 들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페달 블랙박스 장착과 관련해 최근 완성차업계와 논의를 했지만 (제작사들은) 기존 입장과 같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조사가 힘들게 옵션으로 페달 블랙박스를 개발 및 장착했는데 소비자 선택이 저조할 경우 수익성 문제도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페달 블랙박스는 사고를 예방하는 안전장치가 아니며 국토부는 EDR의 신뢰성을 여전히 인정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완성차업계에 권고와 권유를 하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조만간 제조사에 신차 출고 시 페달 블랙박스를 장착하도록 재차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운전자가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하면 보험료를 인하해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또 문성요 국토부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제조사가 페달 블랙박스를 포함한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등 안전 강화 활동을 하면 과징금을 감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페달 블랙박스 '의무화'는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다. 무역 분쟁과 더불어 국내 중소업계 타격, 소비자 불리 등이 우려된다는 의견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10여년 전부터 페달 블랙박스 개발과 장착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해 왔지만 제조사 장착 의무화는 너무 앞서나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페달 블랙박스 장착이 의무화된 나라가 없는 상황에서 수입차에 같은 규제를 적용하면 통상 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또 완성차 장착 의무화가 될 경우 제조사 내재화로 진행돼 중소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페달 블랙박스는 국내 일부 중소기업이 10여년 전부터 개발해 왔다. 국토부 장관 역시 페달 블랙박스 강제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페달 블랙박스 의무화에 대한 질의에서 "자발적으로 유도해나가는 게 우선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강제로 의무화하는 건 또 다른 마찰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페달 블랙박스 의무화는 오히려 소비자들한테 불리한 사안"이라며 "자동차 메커니즘을 보면 '휴먼에러(사람에 의한 실수)'로 인한 사고인데, 그래도 불안한 소비자들은 직접 사서 달면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