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 넘긴 오리온, 내년까지 바이오사업 투자
바이오로 눈 돌리면서 전체 매출‧영업이익 주춤 1~2년 내 성과에 따라 담서원 상무 역량도 평가
2024-07-18 이선민 기자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경기 침체에도 오리온의 올해 2분기 실적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향후 바이오 사업에서 입지를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오리온의 올 2분기 매출액은 72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48억원으로 6.6%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을 끌어올리는 국내 식품사들과 비교하면 정체된 상황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로 기업들은 실적 악화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고금리, 기후 위기로 인한 원‧부자재 가격 급등 등 다양한 이유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내수 시장이 장기화된 물가 상승으로 얼어붙자 국내 식품사들은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다. 기존에 이미 해외 매출 비중이 60% 이상으로 높은 오리온은 K-푸드로 신대륙을 공략하기보다 신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2019년부터 바이오 시장 진입을 시도한 오리온은 올해 1월 바이오업체 리가켐바이오 지분 25.73%를 5400억원에 취득했다. 리가켐바이오는 ADC(항체약물접합체) 관련 기술을 보유한 명망 있는 업체다. 하지만 K-푸드가 잘나가는 시점에 눈을 돌린 오리온의 결정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은 앞으로 바이오기업 인수합병은 추가적으로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긴 시간 바이오 시장에 의지를 보인 끝에 진입에 성공한 만큼 내년까지는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오리온은 꾸준히 10% 후반의 영업이익율을 유지해 온 탄탄한 회사다. 전 세계 기업들이 경영난을 호소하는 가운데 본업에서 눈을 돌렸음에도 전년 동기 수준의 외형을 유지했고, 바이오 시장 진입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넘긴 만큼 업계는 오리온이 식품산업과 바이오산업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오리온은 오너 3세 담서원 상무가 리가켐바이오의 이사회에 합류하고 본격적으로 바이오 사업에 도전하는 만큼 바이오 산업의 성패가 그의 경영 역량으로 비춰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부터는 식품사업에서 중국시장 채널 공백 등을 극복하고 신제품 분포를 확대하면서 점진적으로 매출을 회복할 예정이다. 중국 시장이 회복되고 베트남과 러시아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상황에서 북미 중심으로 수출이 확대되면 식품사업 매출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유통기업들의 바이오산업 진입은 오리온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롯데그룹은 2022년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시러큐스에 위치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미국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인수하면서 바이오 시장에 진입했고, 2030년까지 약 4조6000억원을 투자해 총 36만L 생산 규모를 가진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3기를 건설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의 계열사 CJ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뉴비전 선포식에서 AI 기반 마이크로바이옴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향후 3년 내 기술수출 3건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전 임원이 참석한 자리에서 치료부터 예방에 이르기까지 생애 전 주기에 걸친 인류 건강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AI기술이 집약된 이지엠 플랫폼을 고도화해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고 신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력이 좋은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를 찾아서 신사업 M&A에 나서는 것은 긍정적인 수순”이라며 “특히 바이오는 미래 성장가능성이 큰 사업이다. 주력 식품사업이 탄탄한 오리온이 바이오 사업에서 1~2년 내로 성과를 보여주면 기업적 측면에서 큰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