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감위 "한경협 회비 납부 결론 못내려…추후 논의 예고"

이찬희 위원장 "한경협, 정경유착 끊을 수 있지 의문" 삼성 7개사 대표이사와 간담회… 노사 관계 의견 공유

2024-07-22     박지성 기자
삼성

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는 삼성의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비 납부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으나, 결론을 도출해내지 못하고 추후 논의를 예고했다.

이찬희 준감위 위원장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감위 정례회의 직후 "한경협이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인적 쇄신이 되었는지에 대해 위원들의 근본적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회비 납부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경협은 지난 4월 4대 그룹(삼성·SK·현대자동차·LG)에 35억원의 회비 납부를 요청한 바 있다. 현재 삼성을 비롯한 각 그룹은 회비 납부 시점 등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경우 준감위가 지난해 8월 발표한 '한경협 가입 권고안'에 따라 회비 납부 전 준감위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

당시 준감위는 회비 납부 사전승인 외에 한경협이 정경유착 행위를 비롯해 회비나 기부금을 기존 목적 외에 부정하게 사용하면 즉시 탈퇴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권고했다.

이 위원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한경협으로 변한 이유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한 취지였는데, 지금 상황이 인적 구성이나 물적 구성에 있어 정경유착의 고리가 끊겼는지에 대해 근본적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한경협 스스로가 한 번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며 "또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지, 시스템적으로 그게 가능한지를 검토해 한경협 회비 납부에 대해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이날 준감위 회의에서 '삼성의 한경협 회비 납부'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였다.

그럼에도 결정을 보류한 것은 한경협이 '잘못된 고리를 끊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를 담보할 만한 인적 쇄신 등 혁신 작업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 준감위가 한경협 회비 납부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한 가운데 SK, 현대차, LG 등 다른 그룹의 결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편, 이 위원장을 포함한 준감위원들은 이날 오전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삼성물산·삼성SDI·삼성전기·삼성SDS·삼성생명보험·삼성화재) 대표이사와 간담회를 했다.

간담회에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한경협 회비 납부와 관련한 준감위 회의 결과를 공유하고, 노사 관계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초부터 이어진 임금교섭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파업'이라는 극한 상황에 이르렀다. 노사 양측은 오는 23일 임금교섭을 재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