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포트폴리오 조정 액셀 '성장엔진 재정비'

SK 리밸런싱 본격화…종합 AI기업 조준 삼성전자, 헬스케어 사업 육성 드라이브 LG전자 B2B 승부수…현대차 'SDV' 전환

2024-07-22     김명현 기자
최태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국내 4대 그룹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포트폴리오 재편과 다각화를 추진하며 사업을 재정비하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리밸런싱)을 본격화하며 '질적 성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사업 방향은 기존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에서 종합 인공지능(AI) 기업으로의 도약이다. SK그룹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과정에서 AI와 반도체에 103조원을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분야에 약 80%(82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새로운 트랜지션(전환) 시대'를 맞아 미래 준비 등을 위한 선제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그린·화학·바이오 부문은 선택과 집중, 내실경영을 통해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주사 SK도 그룹 리밸런싱 방향에 맞춰 미래 핵심사업 간 시너지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SK는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SK이노베이션-SK E&S의 합병 동의 안건과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에센코어-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재편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번 재편 과정이 끝나면 SK의 SK이노베이션 지분율은 36.2%에서 55.9%로, SK에코플랜트 지분율은 41.8%에서 62.1%로 늘어나게 된다. SK 측은 "예정된 미래로 불리는 에너지‧환경 사업 지분을 크게 늘려 성과를 확보하고, 자회사들은 그동안 분산돼 있었던 사업 핵심 역량을 결집해 단기간에 재무 개선과 안정적 수익 구조를 확보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전자업계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에 힘을 주며 사업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링'으로 대표되는 웨어러블 기기 확장과 DNA 장비 기업에 투자하며 헬스케어 사업 육성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DNA 분석 장비 기업 '엘리먼트 바이오사이언스'에 전략 투자자로 참여했는데, 삼성의 AI·의료기기·디지털 헬스 기술을 바탕으로 엘리먼트의 DNA 분석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에는 '삼성 헬스 파트너 데이'를 처음 개최하고, 헬스케어기업 및 전문의료기관 과 삼성 헬스 생태계 확장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종합적인 건강 관리가 가능한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비전이 공유됐다. 현재 삼성전자는 자회사 삼성메디슨을 통해 진단기기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LG전자는 전장(자동차 전자장치) 부품과 냉난방공조를 새 성장동력으로 삼아 기업간거래(B2B) 비중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는 최근 본격화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이 가세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는 AI,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기술이 융합된 자율화 공장이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 매출을 조단위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올해 스마트팩토리 수주 규모가 LG그룹 계열사를 제외하고 3000억원 수준으로 예측했다. 이와 더불어 LG전자는 생활가전 부문의 '구독 서비스'를 새 수익모델로 삼아 매출 증대를 노리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 LG전자 구독 사업의 연간 매출만 2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동화 전환이 한창인 현대자동차 역시 미래 기술과 친환경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현대모비스로부터 국내 수소연료전지사업을 인수, 수소연료전지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일원화했다. 특히 미래차의 핵심으로 꼽히는 '소프트웨어 중심차(SDV)' 전환을 위해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에 힘을 쏟고 있다. 한편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고성능 영역으로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핵심은 '고성능 럭셔리' 트림을 뜻하는 '마그마' 사양을 전기차 중심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콘셉트카로 먼저 공개된 고성능 모델 'GV60 마그마'는 내년 3분기 국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