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말하면 물러나겠다"던 바이든, 사퇴로 급선회···배경에 관심

계속된 사퇴 압박·트럼프 상승세·자금 문제 등 거론

2025-07-22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신이 물러나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결국 대선 후보직을 내려놨다. 이렇듯 대선 완주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던 바이든 대통령이 돌연 입장을 바꿔 사퇴한 배경에 큰 관심이 쏠린다. 현지에선 잦아들지 않는 당내 사퇴 여론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승세, 대선 자금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CNN 방송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사퇴 결정에 대해 가족 및 최측근 등 일부와만 논의했으며, 이 모든 과정은 48시간 이내에 이뤄졌다. NYT는 코로나19 확진으로 델라웨어주 사저에서 격리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사퇴 전날 늦은 오후 최측근 보좌진인 스티브 리셰티 대통령 고문과 마이크 도닐론 수석 전략가만 비상 호출해 대선 후보 사퇴 입장문을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중도 하차 결정은 지난 48시간 이내에 이뤄졌다고 한 고위 캠페인 참모를 인용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얼마 전까지 완주 의사를 강하게 표출했던 만큼, 이번 사퇴 결정은 급격한 심경 변화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사퇴 여론이 극에 달했던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투표소에서 트럼프를 이길 수 있고 이길 것"이라며 "내주 선거운동에 복귀하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또 지난 5일 ABC 방송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당 지도부가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면 물러나겠느냐'는 질문에 "전능하신 주님(the Lord Almighty)이 강림하셔서 '경주에서 물러나라' 하시면 그렇게 하겠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가정에서는, 주님은 강림하시지 않을 것"이라며 중도 하차는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사퇴'로 이끈 요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바이든 대통령의 완주 의지에도 잦아들지 않는 당내 사퇴 요구다. 바이든 대통령은 계속되는 사퇴 압박에도 정면 돌파를 시도했지만, 민주당 의원의 12%가 넘는 숫자가 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며 힘을 잃어갔다는 평가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우군'이자 민주당 원로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출마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달린 일"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듯한 발언을 해 '사퇴론'에 불을 지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 가능성에 대해 회의감을 나타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급격한 상승세도 바이든 대통령의 하차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펜실베이니아에서 총격을 당하고도 기적적으로 살아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후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19에 재확진되며 '건강 이상설'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현재로선 역전은 어렵다'는 심리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선 자금 조달 문제도 사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리스크'를 노출한 대선 TV토론 이후 민주당 고액 후원자들이 후보 교체를 요구하며 후원을 보류하기 시작했다. 10일엔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자금 모금에 앞장서 온 조지 클루니도 NYT 기고에서 "우리는 하원도 이기지 못하고, 상원도 뺏길 것"이라며 후보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미국 정치에 정통한 한 정치권 인사는 "한국은 국고보조가 있기 때문에 큰돈이 없어도 일단 선거를 치를 수는 있지만 미국은 다르다"며 "큰돈이 빠지면 선거를 끌어나가기 어렵다. 이런 부분이 (사퇴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