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대교수 반발에 간호법까지… 보건의료 ‘사면초가’ 직면

병원 사직 처리에도 전공의 ‘요지부동’ 의대교수 “하반기 모집 인원, 제자로 받지 않을 것” 야당 “政PA간호사시범사업, 간호법과 똑같아”… 법제정 재추진

2025-07-23     이용 기자
서울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의정 갈등으로 촉발된 의료 공백 해결을 위한 비상 진료 체계가 전공의의 미복귀와 의대 교수들의 반발로 한계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간호법 재추진에 나서면서 국내 보건의료계가 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명령대로 각 병원이 미복귀 전공의의 사직을 일괄 처리하고 하반기 모집 공고를 시작했지만, 전공의들과 의대교수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19일부터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해 왔으며, 정부는 처음에 사직서를 수리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가 지난 6월 철회했다. 정부가 사직서 수리를 허용한 배경에는 사직 전공의들이 어차피 본래 병원에 복귀하지 않는 이상 다른 병원에라도 취업하도록 허가해 현행 의료공백을 어느정도 해소해보자는 의도다. 그러나 전공의들은 의대증원 정책이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여전히 복귀하지 않고 있다. 어제(22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7707명 모집을 개시했지만, 의료계는 저조한 인원이 응시할 것으로 예측했다. 만약 모집 인원을 충족한다 해도, 이들의 수련을 담당할 의대교수들이 하반기 인원을 교육하지 않겠다며 반발에 나선 상황이다.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는 “이 자리는 우리 세브란스 전공의를 위한 자리임을 분명히 선언한다”며 새로 모집될 전공의들을 제자와 동료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어제 입장을 밝힌 연세대를 포함해 오늘은 가톨릭대, 고려대, 서울대, 성균관대, 울산대 등 6개 의대교수 비대위가 일제히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동의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전공의들의 온전한 복귀 없이 일부 충원에 의존하는 미봉책 전공의 수련 시스템으로는 양질의 전문의 배출이 어렵다"며 "전공의 교육의 주체인 진료과 교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의 지도에 따라 진행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및 가톨릭의대 영상의학교실 등 세부 전공 교수들도 하반기 입사 전공의에 대한 교육을 보이콧 할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하반기 이후에도 의료공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의사 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추진한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이 결과적으로 의사 수가 감소하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이 가운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대통령 거부권을 통과되지 못한 ‘간호법’을 재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의사들의 반발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올바른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의료대란으로 국민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이 시점에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제시한 간호법이 약사의 조제권 침해, 간호조무사 직역 내 갈등 유발 등 보건의료 갈등을 증폭시킨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직역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그러나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올해 정부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진단, 검사, 투약 행위를 포함시켰다. 사실상 야당이 주장하는 간호법과 내용이 유사하므로, 이를 법제화시키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의사 달래기’에 나선 정부 입장에선 간호법이 공식적으로 법제화되면 의정갈등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기에, 해당 법안을 수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의사 단체는 앞서 2020년 의대증원-공공의대 설립과 2023년 간호법 제정에 반발해 파업 선언을 한 바 있다,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에 돌아오지 않으면서 국내 주요 대형병원은 의대교수들에 의해 운영 중이다. 전공의들이 그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의대교수들은 체력적 한계 및 제자 보호를 이유로 다시 휴진이나 진료 축소를 논의할 수 있다. 성균관 의대 교수 비대위 관계자는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탈한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병원과 교실로 돌아가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그들이 병원과 교실을 떠난 이유를 진지하게 알아본 적 있나”며 “몇 개월 만에 수련병원 진료 현장, 의과대학 수업 현장은 풍전등화 상태에 몰렸다. 당장 내년도 전문의, 의사 배출이 극소수에 그치는 전대미문의 재앙적 상황이 의료계에 불어 닥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