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약발 떨어진 C커머스…후발주자 쉬인에게 필요한 것은
2025-07-23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섭게 질주하던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향후 한국 유통 판도를 송두리째 흔드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왔지만 일시적 돌풍에 그치는 모양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C커머스의 양대산맥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지난 2분기(4∼6월) 기준 1인당 결제추정액이 각각 3만4547원, 7110원으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G마켓·옥션(16만7202원), 티몬(16만3754원), 쿠팡(14만1867원), SSG닷컴·이마트몰·신세계몰(13만1393원), 11번가(8만2829원), 위메프(7만6267원)가 1~5위를 휩쓸었다. 1인당 결제추정액은 플랫폼별 전체 결제추정액을 활성 이용자 수로 나눈 값으로 충성 고객의 활동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로 쓰인다. 위 수치를 분석해보면, 수세에 몰렸던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구매력 있는 충성고객을 확보하면서 점차 반등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반면, 알리와 테무는 물량공세 마케팅을 통해 인지도 제고라는 소정의 성공은 이뤘지만, 실질적인 알맹이는 적다는 뜻이다. C커머스가 하강곡선은 그리는 배경에는 국내 플랫폼의 맞불작전 영향도 있다만, 연달아 실책을 쏟아낸 것이 크다. 초저가 마케팅으로 고물가 틈을 정확히 비집고 들어갔지만, 유해물질 검출, 짝퉁 등 여러 논란이 일면서 국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은 것이 사업성장에 악영향을 줬다. 논란 재발에 따른 이미지 실추로 자정노력이 그 여느 때 보다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C커머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진 상황에서 쉬인이 한국진출을 지난달 공식화했다. 재작년말 한국 법인을 설립한 뒤 1년 6개월 만이다. 쉬인은 ‘패스트패션 절대강자’, ‘패션계 알리’ 등 수식어 붙을 정도로 패스트패션의 정점에 군림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약 450억달러(한화 약 62조원), 순이익 20억달러(2조7000억원)를 달성했다. 경쟁자이자 글로벌 업체인 자라와 H&M마저 제치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글로벌적 입지에도 한국 소비자에겐 아직 익숙하지 않은 기업임에는 분명하다. 이 때문에 지난 4월 한국어 웹사이트 개설한 데 이어 지난달 인기배우 김유정을 쉬인 서브 브랜드인 데이지 홍보대사로 기용하며 한국시장 공략을 위한 준비태세를 갖췄다. 후발주자로서 인지도 늘리기에 조바심이 낫던 탓일까. 소비자 신뢰 구축이라는 본질을 뒤로한 나머지 단추를 꿰는 데 실패했다. 야심차게 선보인 성수동 팝업 행사에서 저품질·짝퉁 이슈가 불거진 한편, 최근 서울시 조사에선 판매 중인 어린이용 장화에서 기준치 680배가 넘는 발암물질이 발견되기도 했다. 물론 인지도 제고라는 당면과제가 앞으로도 남아있겠지만, 소비자 신뢰를 저버리는 불찰을 돌아보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처럼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선발주자의 아쉬운 선례를 이제라도 답습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