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구속’ 카카오, 사법리스크 현실화에 실적 악화 우려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23일 새벽 구속…최대 20일간 구속 수사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 최소화 노력
2024-07-23 이미현 기자
매일일보 = 이미현 기자 | ‘SM엔터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결국 구속되면서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 됐다. 지난해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로 카카오 주요 경영진이 줄줄이 구속되자 쇄신을 위해 경영일선으로 복귀한 김 위원장 마저 구속되면서 쇄신 의미는 퇴색됐다.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글로벌 인공지능(AI) 사업에 힘이 빠질 가능성과 함께 상반기 선방했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1시 30분경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최대 20일인 구속기간 동안 김 위원장을 상대로 시세 조종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해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카카오 내부 분위기는 혼란한 상태다. 구속 직전 김 위원장은 CA협의체 소속 주요 계열사 CEO들을 모아 그룹의 핵심 과제를 흔들림 없이 수행할 것을 당부했지만,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쉽사리 다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카카오 측은 이날 공식입장을 내고 “현재 상황이 안타까우나,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올해 2분기 예상 성적표는 선방했다. 에프엔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예상 매출은 2조643억원, 영업이익은 14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7%, 24.9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2조682억 원)이지만, 영업이익은 전년(1135억원)보다 개선됐다. 카카오의 핵심 서비스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광고 사업(톡비즈) 중심이 성장을 이끈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 성적이다. 업계에서는 하반기부터 본업 경쟁력과 AI서비스 가능성이 향후 성장을 판가름할 것으로 본다. 카카오는 이미 AI사업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국내외 경쟁사들이 자체 생성형AI 잇따라 개발한 이후 기술을 고도화해 나가는 상황 속 카카오는 자체 생성형 AI ‘KoGPT(코지피티) 2.0’ 공개가 수차례 연기하더니 공개 발표를 취소했다. 이어 카카오는 전략을 수정해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카카오만에 특화된 AI 서비스를 공개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김 위원장의 공백에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우려를 낳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기술 격차는 물론 AI 서비스의 수익화 모델이 늦춰질 수 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본업 성장과 AI 서비스의 가능성이 올 하반기와 2025년 상반기 주가의 키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카나나 알파(AI 모델 개발), 카나나 엑스(AI 서비스 제공)를 구성했는데, AI 서비스의 구체화된 로드맵 제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의 역할론이 부각된다. 김 위원장 공백에 따라 정 대표가 CA협의체 산하 위원장과 주요 계열사 CEO와 협의해 그룹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고 애해 관계 조정 등 내부 결속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엄중한 현실 인식 하에 꼭 해야 할 일들을 과감히 실행해 갈 것”이라며 “임직원들도 흔들림 없이 본업에 충실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올해 초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당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 주식 시세를 조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카카오가 약 2400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 및 고정했다고 봤다. 하이브의 SM엔터 주식 공개매수 마감일이던 지난 2월 28일 SM 엔터 주가는 공개매수가보다 높은 12만7600원으로 마감했다. 하이브는 SM엔터 인수를 포기했다. 김 위원장은 해당 의혹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그는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 어떠한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